[박명식, 부평지역사 19] 부평 지명 이야기(4) – ‘마장(馬場), 그 많던 말들은 어디로…’

박명식 향토사학자(부평문화원 이사)

‘백마장’이라 불리어 온 산곡동은 원래 19세기 조선말에 부평군 마장면 산곡리였으며, 일제강점기인 1914년 4월 1일에 부⋅군⋅면(府⋅郡⋅面)이 통폐합 때 부천군 부내면 산곡리로 되었다.

그 후 일본의 인천육군조병창이 부평에 조성되면서 1940년 4월 1일 인천부 제2차 구역확장으로 부내면 전부가 인천부에 편입되자 당시 인천부윤(仁川府尹)나가이 데라오(永井照雄)는 인천 전지역의 각 리(里)⋅동(洞)을 일본식 이름(町名)으로 모두 고쳤다.

이때 산곡리(山谷里)를 ‘하쿠바쬬'(白馬町)로 개칭하였다. ‘백마정’ 정(町)이 장(場)으로 변음되어 ‘백마장’이라 불려지게 된 것이다. 조선말에 마장면(馬場面)은 청천동을 중심으로 효성동까지 초지무성한 벌판으로 ‘마장뜰’이라 불려왔으며, 마장(馬場)은 목장(牧場)으로 ⌜세종실록⌟에 의하면 경기도에만 26개소 마장(馬場)이 있었다는 기록으로 보아 그 당시 이전 “국영 목장”이기에 마장면이란 행정면이 생긴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도 청천동을 ‘마제이’⦗馬場⦘라 부르고, 마장면소가 있었음으로 해서 부르게 된 마을이름이다. 또한 구술에 의하면 1920년대 산곡4동 우성아파트 옆에 서울 용산에 주둔한 일본군 20사단의 포병 훈련을 하던 ‘병참(兵站)’이 있었고, 이때 훈련에 동원한 말들과 마침 이 지역이 마장(馬場)면에 속해 있기에 1940년에 인천부에 편입, 정명(町名)을 하면서 백마정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곳에는 장고개(場峴) 길이 있으며 송림동 수도국산까지 가는 수도국길 섶이 위치하고, 정미칠적(丁未七賊) 송병준 땅도 있던 곳이다. 원래 산곡리는 ‘뫼끝말’(또는 뫼꽃말, 묏골, 山花村)과 ‘장끝말‘ 두 개의 마을로 구성되어 있었으나, 장끝말은 인천육군조병창과 기능공 양성소가 들어서면서 20여 호의 마을이 없어지고 새별이⦗曉星洞⦘와 마제이⦗淸川洞⦘인근으로 이주하게 된다. 광복 후 미44공병대가 주둔하다가 지금은 3보급단이 주둔하고 있다. 원적로 옆 금호이수마운트밸리와 산곡한양7차아파트에는 미군의 비행장도 있었다.

예전에는 원적산을 가운데 두고 해안가 길과 마장면을 거쳐 계산동(富平府)으로 가는 길이 산록을 따라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였다. 이 두개의 길은 십정동 원테이고개(元通峴)에서 나누어지다가 계산동 징매이고개 통해 연결된다.

⌜부평부읍지⌟ (1698년)에 나오는 면(面)소재지와 주요 도로(빨간 실선)에서 원통현에서 서해안선을 통해 통진으로 가는 서해안길은 표시되어 있지 않다.
⌜인천경성간도로시찰보고서⌟(1894년1월16일) (출처:아시아역사자료센터) 주안갯골의 원통현에서 서해안을 따라 통진으로 가는 간선도로가 표시되어 있다.

1894년 청일전쟁이 일어나기 직전 조선에 군대를 파병하여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구현산'(九峴山-현재 인천가족공원이 조성돼 있는 광학산 일대)에 포대를 설치하고 군대를 주둔시킬 군사적 요지를 파악하기 위해 일본 군함인 쓰쿠바(筑波)함의 다나까(田中)대위를 포함한 장교 3명이 제물포부터 경성(京城-서울) 남대문까지 도로를 따라 비밀리에 작성한 지도이다. 이들은 주요도로를 점검하며 길(路)이 대포를 운반하는 데 적합한 환경인가 하는 점을 주의 깊게 살펴보며 지나갔다.

지도에 나오는 ‘구지리'(九芝里)는 송내동, 석암ㅇ(石岩ㅇ)는 석바위 일대이며, 원통현(元通峴)은 원테이고개를 말한다. 동수정(東水亭)은 ‘동수재이’를 가리키는 오기로 부평역 일대를 가리키고 있다. 조선시대 마장(馬場)은 삼각형 형태 도로망과 산줄기(원적산)에 둘러싸인 공간이다. (이 시기 부평 주요도로와 1899년에 건설되는 경인철도 또한 산록을 따라 형성된다)

지도 하단부에 나타난 굵은 실선 중 왼쪽 길은 ‘신도(新道)’로 속칭 ‘대원군도(大院君道)’ 라고 불렀다. 오른쪽 길은 ‘구로(舊路)’이며 구현산을 넘어가는 길이다.

광학산 일대 부개봉에 있는 포대 흔적 (2018년 8월) -박명식
산곡동 영단주택 일대의 항공사진으로 왼쪽 산이 원적산 (1950년대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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