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이정민 기자_m924914@incheonpost.com
대표적 악덕기업 불명예, 사과문 올렸지만 불매 운동 ‘활활’
“기독교 기업 이랜드는 약한 자 가운데 가장 약한 자인 시간제 노동자의 노동과 임금을 이중으로 착취했다. 하나님 나라를 거스름과 동시에 실정법(근로기준법 제36조, 43조) 위반도 저질렀다”(<베리타스> 지유석 기자)
영화 <카트>, 웹툰 <송곳>을 기억하는가. 기독교 기업 이랜드의 각종 노동 탄압 사건을 다룬 흥행 작품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작품이 제작되었으니 과히 노동자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온다.
서울 상암동 홈에버 비정규직 대량 해고 사태. 이 사건은 2007년 6월 이랜드의 비정규직 대량해고를 시작으로 2008년 11월 13일 노사협상 때까지 약 510여일 동안 진행됐다. 이후 이랜드가 최근 또 다시 노동탄압·임금착취·종교차별 논란으로 화제가 됐다.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이랜드 파크가 지난 1년간 휴업수당·연장수당·연차수당 등 83억 원을 미지급했다. 이랜드는 또 학생들의 아르바이트 수당 등을 갈취하면서 3년 간 영업이익 100억 원을 창출했다. 정규·비정규직 포함 총 체불임금이 1조 4천억에 달한다. 여기에 기독교 종교행위 강요는 덤이다.
1990년대 대히트, 문어발 사세확장 등 방만 경영이 화 불러
이랜드는 지금의 40대에게 특별한 의류 브랜드다. 1990년대 20대 나이인 지금의 중년세대에게 많은 인기를 누렸다. 당시엔 파격적인 댄디·유니섹스 스타일로 ‘브렌따노’, ‘헌트’, ‘후아유’, ‘언더우드’, ‘티니위니’ 등을 함께 내놓아 대히트를 쳤다.
이랜드는 충실한 하나님 기업이다. 매출이 오르는 일요일에도 주말 예배를 위해 기꺼이 매장을 닫았다. 착한기업, 성실한 이미지 등으로 대학생들의 선호 기업 상위를 링크했다. 이랜드는 이런 기업 가치를 바탕으로 ‘2001아울렛’ 개점(1994), ‘켄싱턴 스타호텔’ 오픈(1996), 뉴코아 인수(2004) 등의 사세확장에 성공했다. 명실상부한 이랜드 그룹의 탄생이다.
승승장구하며 의류계를 주름 잡았던 이랜드의 추락 시기는 언제부터일까. 굳이 따지자면 2000년 후반이지만 그 전부터 사내에선 불만의 불씨가 자라고 있었다는 게 전반적인 진단이다.
다음은 어느 카페에 올라온 이랜드 조합원의 내부고발이다.
“아무 일도 주지 않고 창고에 넣어 놓기 / 사측에 충성하는 나이 어린 후배 사원을 시켜 반말하고 비아냥대기 / 온라인에서 쓴 글을 모아 징계위 열고 역시 어린 사원 시켜서 비웃기 /지하에서 무제한 박스 접고 펴기 반복시키기 / 임신한 여직원(조합원)의 경우 사목(이랜드 사내 목사)이 마귀를 밴 년이라고 모욕주기 / 원거리 인사이동 반복하기 / 학교 다닐 때부터 운동권이었고 빨갱이었다고 소문내기(원래 운동권 아님. 장교출신에 심지어는 북괴군 교전 경험 있고 표창까지 받은 사람에게도) 등등”
내부제보를 올린 K씨는 이랜드 노조 조합원이었다. 이랜드는 지난 홈에버 비정규직 사태를 보듯 유달리 노동조합 알레르기가 심했다. K 조합원은 ▲ 성경공부 리더를 통해 점조직 관리 ▲ 노조원 뺑뺑이로 불이익 ▲ 시위참여자 용역깡패 동원 위협 등을 언급했다.
이랜드는 지난 2013년 이명박 정부 때는 대졸 신입사원 공채 직무적성 검사 항목으로 정치 성향의 질문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질문 :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의 궁극적인 책임은 정부와 검찰에 있다.
답 : 그렇다 or 그렇지 않다
K씨는 이랜드의 기독교(하나님 숭배) 종교 강요 행위도 비난했다. 일례로 박성수 회장은 “성경에 노조 없다”, “하나님도 6일간 일하고 7일째 쉬셨는데 인간이 주5일제를 이야기할 수 없다”, ”기독교 기업인 줄 알고 들어왔으면서 왜 딴소리를 하느냐“ 라며 지침을 내렸다.
이랜드의 이번 사태를 두고 기독교계도 덩달아 공분하고 있다. 이른바 자본주의 욕망을 위해 하나님과 성경(십일조 등)을 이용했다는 지적에서다. 한 기독교인의 이랜드 사태를 보며 느낀 참회록을 박성수 회장은 어떻게 볼까 궁금하다.
“신학의 부재, 바른 기독교 신앙의 부재는 곧 천박한 자본주의의 성공을 하나님의 영광으로 생각하는 모순을 낳았다. 불법과 불의를 통해 얻은 부를 헌금으로 드리면 모두 용서된다고 생각한다. 록펠러가 가진 스탠다드 오일 트러스트라는 회사의 독점 운영을 덮어두고 그가 내민 십일조만 생각하는 천박하고 무(無)뇌한 기독교계의 얕은 생각이 한국 사회의 이랜드라는 문제아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십일조하면 축복해주는 식으로 복음을 의도적으로 얕게 가르친 목회자들은 회개해야 하고 그것을 그냥 방관한 신학자들과 신학대 교수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블로거 ‘축복의 통로’)
한편 이랜드 그룹은 5일 아르바이트 직원 1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처우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에는 미지급 임금 지급(지연이자 포함), 온라인 지급 센터 운영, 직원 권리장전 발표, 관리자 교육 실시, 내부 고발 시스템 운영, 전면적 조직·인적 쇄신 단행 등의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만시지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