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최광석 기자
경제 타당성 조사 결과 300~700석 규모로 가닥 잡아
시, 최대 50% 재정 지원
계양⦁서구 즉각 반발, 유감 표명
인천시는 14일 “인천 북부지역 문화예술회관 건립 기본구상 및 타당성조사 용역”을 지난 7월 마무리하고, 용역 결과와 북부지역 문화예술회관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인천 북부지역(계양, 서구)은 신도시 확대로 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시립 문화예술회관이 남부지역에 편중돼 있어 문화 향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천시는 북부지역 문화예술회관 건립의 필요성을 검토하고, 기본구상 및 타당성 조사를 진행해 왔다.
이번 용역 결과에 따르면, 총 1,200석(중공연장 900석+소공연장 300석) 규모로 연면적 11,500㎡(지하 1층, 지상 2층), 주요 시설로는 공연장, 전시 공간, 교육 공간, 회의 공간 등을 포함한 문화예술회관이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비용은 총사업비 1,102억 원, 연간 운영비 약 31억 원이며, 중규모 다목적 공연장(900석)이 경제적 타당성(B/C=1.05)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200석 규모 종합공연장의 B/C값은 0.91로 나왔다. 보통 비용대비 편익 값이 1이 넘는 경우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인천시는 중공연장(900석) 규모의 문화예술회관이 타당성을 확보했음을 확인하고, 문화예술진흥법 시행령에 따른 일반 공연장으로 분류된 구·군 문화예술회관으로 건립 및 운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시는 계양구와 검단구(현 서구), 영종구(현 중구)에 300~700석 범위 내 ‘구립 문화예술회관’ 건립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다만 시에서 직접 건립하는 것이 아닌, 문화예술회관이 필요한 구(계양, 검단, 영종)에 최대 50%까지 재정 지원을 하여 구별 수요 및 특성에 맞는 문화예술회관을 건립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시 관계자는 “이 방안은 2026년 행정체제 개편과 지역 균형 발전에 따른 생활 SOC(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의 필요성, 지역적 특성에 따른 문화 수요 차이, 최근 문화예술 정책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라고 밝혔다. 생활권 내에 문화예술회관을 건립해 지역주민이 문화에 참여하고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한편, ‘지역다움’을 살린 특화 콘텐츠 및 프로그램 운영으로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시는 판단하고 있다.
김충진 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인천시는 시민들의 문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문화향유시설 확충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번 문화예술회관 추진 방안은 공정한 문화접근 기회를 보장하여 지역 간 문화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그간 문화예술회관 유치를 염원했던 계양구와 서구 주민들의 기대와 노고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이번 방안에 대해 주민들의 이해와 동의가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구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합리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북부권 문화예술회관 유치를 위해 경쟁했던 계양구와 서구는 시의 결정에 즉각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계양구(구청장 윤환)는“용역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 대규모 문화예술회관이 남부권에 편중되어 있는 까닭에 인천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고 있는 북부권 시민은 문화향유에 있어 소외와 역차별을 받아왔다”면서 “계양구민은 300~700석으로 축소된 중규모 시설 건립에 대해 매우 실망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계양구는 민선 8기 출범부터 유정복 시장 공약사항인 북부권 문화예술회관 유치에 지속적인 건의와 모든 역량을 집중해 왔다. 수백억 원이 넘는 건축비와 매년 예상되는 수십억 원의 운영비 부담은 열악한 구의 재정여건을 감안했을 때, 선뜻 수용하기 힘든 결과”라며 다시 재고해 줄 것을 시에 강력히 요구했다.
한편 서구(구청장 강범석)는 15일 입장문을 내고, 인천 북부지역 문화예술회관 건립 사업이 사실상 무산된 것에 구민들과 함께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강범석 서구청장은 “(시의 용역 결과가) 많이 안타깝다”라며“인천시가 주관해 북부권에 문화예술회관을 지어준다는 당초 취지가 좋았다. 좋은 취지에 따라 기왕이면 서구가 됐으면 했던 게 바람이었다. 오랫동안 시간을 끌었는데, 기대했던 주민들은 이번 결과로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 구에서 할 일은 구에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시가 해야 할 일을 상쇄하진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시가 문화예술회관 건립에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시에서 추진한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입지, 시설 규모, 예산 범위를 고려해 구 실정에 맞는 중소형 규모 공연장 건립 추진에 대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용역 결과에 따라 자치구별 문화예술회관 건립을 추진하는 건 대단히 어려운 문제다. 예산 확보에 어려움 등이 예상되나 시와 지속적 협의를 통해 건립 추진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