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민운기, “부평 미군 오수정화부지 창의적인 문화가 샘솟는 곳으로의 변신! 이 얼마나 멋진 반전인가”

by 민운기 대표(스페이스 빔)

민운기 대표 개인 페이스북 글(2020. 9. 5) 캡처 화면

뒤늦은 의견이자 제안일 수 있으나…;;

오늘(2020. 9. 5. 토요일) 오전 둘러보게 된 부평구 부평1동 65-17번지 일원 (부원초등학교 바로 옆, 부평구청 인근 굴포천 옆) 한 부지. 녹슨 철조망으로 닫혀 있는 데다가 적지 않은 기간 방치되어 있어 수풀이 무성했으나 남아 있는 시설물들이 심상찮게 느껴졌다.

알고 보니 부평미군부대 주둔 지역이었던 애스컴 시티(ASCOM City) 내 오수처리시설(정화조)이었던 곳으로, 대략 70년 전후의 역사와 세월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개의 원형 저장 탱크가 하나는 바닥에, 또 하나는 지상에 제법 큰 규모로 설치되어 봉분처럼 묻혀 있고, 관련 시설들이 남아 있다. 애스컴 시티가 73년 6월 현재의 캠프마켓으로 축소되며 이 일대가 개발지로 전환, 관공서와 아파트, 학교 등이 들어섰지만 어떤 이유 때문인지(오수정화조라서?) 이곳만은 그대로 남겨지게 되었다.

부평구는 굴포천 복원을 핵심으로 하는 도시재생뉴딜사업 ‘도시재생11번가’에 이곳과 주변지역을 포함시켜 지하 3층 지상 18층 규모의 혁신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과연 그렇게 하는 것이 맞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비록 오수처리시설이지만 과거 애스컴 시티가 이 일대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규모였음을 알려주는 몇 안 되는 증거물 중의 하나이고, 또한 이곳에서 굴포천으로 방류되는 오수로 인한 악취 등 주변 지역 주민들이 겪었던 고통의 기억 또한 남아 있는 곳이다. 그런 면에서 이 또한 인천 및 부평의 중요한 역사 유적이 아닐 수 없다.

또 한 편으로는 현재 보존되어 있는 시설들의 독특한 구조와 모양이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 활동이나 여가의 장소로 가능하고, 특히 아이들 또는 청소년들의 놀이 공간으로 활용하기에도 너무나 적절(일부러 이런 시설 짓기도 쉽지 않음)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곳 바로 옆에 부원초등학교가 맞붙어 있고, 바로 옆에 부평여고가 자리하고 있으며, 주변에는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여 있다. 이런 곳에 초고층 복합 건물을 지어 답답하고 숨 막히게 만드는 것보다는 오픈 스페이스로 살려 역사와 녹지, 문화, 놀이가 어우러진 시민친화적인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나아가서는 이로 인한 무형의 가치 창출에도 훨 낫지 않겠나 싶은 것이다.

사실 부평구가 이 일대를 도시 ‘재생’ 사업지로 지정하며 이러한 역사 유산을 없애는 일은 ‘재생’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더불어 혁신센터를 짓겠다고 하는데, 이런 장소를 없애며 어떤 혁신을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고, 오히려 이를 구민들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가운데 그들의 창조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배려하고 그들로 하여금 도시 변화의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혁신적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혁신센터가 굳이 필요하다면 그 자체로 혁신의 모습을 먼저 보여주는 방식으로 설립해야 하지 않을까.

부평구는 캠프마켓 반환부지 활용과 굴포천 복원이라는 두 개의 축을 가지고 도시 정체성 회복과 미래 비전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를 위해 문화도시 예비도시 지정을 받아 다각적인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눈에 띠는 초대형 프로젝트성으로만 접근하여 상대적으로 소소한 이러한 장소에는 무관심하다면 그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런 작은 곳에서 제대로 된 재생과 혁신의 사례를 만들 때 보다 많은 감동을 주며 구민들의 신뢰와 지지 속에 더 큰 사업도 가능하지 않을까. 오수를 처리하던 곳에서 창의적인 문화가 샘솟는 곳으로의 변신! 이 얼마나 멋진 반전인가.

https://www.facebook.com/woongi.min.1/posts/4258687600839070

*민운기 대표 개인 페이스븍(2020. 9. 5)에 올라온 글을 그대로 옮긴다. 부평이 문화도시가 되기 위한 바로미터가 부평 미군 오수정화부지를 문화역사적으로 접근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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