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씨개명을 미화한 시 작품이 실린 문학산 시선집
인천시가 발간한 시선집 ‘문학산’이 지역 문화계에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그 이유인즉선, 시선집에 지역 시인 홍명희씨의 ‘시인의 모습’이 일제강점기에 벌어진 일본제국주의자들이 내선일체와 황국신민화를 통한 영구 집권을 꾀하기 위해 단행한 창씨개명… 일본사람 성씨와 이름을 강제로 나라를 빼앗긴 조선 사람들에게 명명하게 한 사태를 일컫는다.
창씨개명의 흔적은 지금도 우리나라 제적부에 그대로 남아 있다. X자로 일본식 이름이 그으져 있어나 여전히 우리나라 행정 문서에 그대로 남아 있는 살아 있는 치욕의 역사인 셈이다.
춘원 이광수도 창씨개명했고, 창씨개명한 이름으로서 일본어로 글을 썼던 작가로서 대표적인 이른바 일본 사람이 스스로 되고자 노력한 사람이다. 광복 이후에 이승만이 강제로 해산시킨 반민특위에서 이광수는 조선을 위해 친일했다고 고백했던 부끄러운 역사적 장면과 인천시가 발간한 문학산 시선집에 이른바 세간의 사람들이 말하는 친일시 논란과 오버랩된다.
춘원 이광수는 일제강점기에 스스로 친일을 선택했다. 조선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앞세우고, 쉼없이 숱한 글을 썼던 것과는 다르게, 문학산에 수록된 홍명희 씨 시는 당시 국민학교 3학년일 때 추억을 되새기는 시를 광복이 휠씬 지나 나라를 되찾은 시기에 쓴 시에서시인의 담임 선생이 창씨개명한 소식을 듣고 시인의 아버지가 그 선생님이 시인이시구나 하는 기억을 끄집어 내는 방식이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인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일제강점기에 이른바 일본인이 되기 위해 일본제국주의에 찬동하면서 쓴 시 작품을 이른바 친일작품이라는 규정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문학산] 시전집에 실린 홍명희 씨의 작품이 친일작품으로 규정하기에는 뭔가 격에 맞지 않다. 다른 용어로 대체되어야 이 사태의 본질에 다가설 수 있다.
그럼. 문학산에 실린 홍명희씨의 ‘시인의 모습’ 시는 시라는 갈래라는 축에도 더는가 하는 문제와 시라는 품격이 갖는 시인가 하는 문제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본다.
결론은 인천시의 예산으로 만들어진 ‘문학산’ 시선집이 발간 취지는 무엇인가를 따져 봐야 한다. 문학산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인천을 담아낸 작품을 선택해서 시선집을 만드는 것이 목표로 보인다.
그런데… 홍명희씨가 인천 사람인줄은 모르나 문제가 된 시 작품이 인천을 담아낸 것이 전혀 없어 보이고, 시로서 격이 떨어지는데 왜 이 작품이 실리게 된 경위가 불손하다.
지역문화계의 가장 큰 병폐 가운데 하나가, 향토성을 기반으로 끼리끼리 밀어주는 풍토인데… 오랜 근대역사를 지닌 지역 인천에서도 여전히 격과 절차, 기준도 없이 발간 취지에도 맞지 않는 사람을 끼워 넣을 수 밖에는 없었던 곡절이 결국 인천지역 문화의 격을 이른바 지역 문화 원로라는 사람들이 스스로 떨어뜨리고 만 사태로 시선집 문학산에 놓여 있는 셈이다.,
친일작품이니 뭐니 하는 것이 이 사태의 본질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인천 지역 문화계의 격을 낮춘 문학산 편집자문위원들이다.
특히, 한국시문학 속의 인천풍경, 문학사 시전집 끝자락에 실린 “본문 중 ‘이조시대’를 ‘조선시대’로 바로잡습니다.<편집 자문위원회>” 의 문구가 더 큰 문제다. 일본제국주의자들이 조선을 격하시키기 위해 사용한 이조시대라는 용어를 문학산 시선집에 아무런 역사의식이 없이도 쓴 것이 있었다는 것과 이런 작품까지 실었다는 것… 더 큰 문제로 보인다.
인천 지역문화계의 현재 부끄러운 민낯이 문학산 시전집 사태에 그대로 드러난 것이기에 지역 문화계는 고개를 숙어야 할 판이다.
-[인천복지방송]http://www.inbjnews.com에 게재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