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픈’ 젠트리피케이션, ‘강한’ 거버넌스로 저항하라

취재: 이정민 기자_m924914@barocomit.com

인천문화재단 정책토론회 “둥지 내몰림 현상 확산,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지금 여기에 유토피아를 쌓아야 합니다. 벽돌을 쌓듯이 차곡차곡, 끈기 있게, 꾸준히, 우리가 오랜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 때까지. 모든 사람에게 빵이 있고, 시민들 사이에 자유가 있고 문화가 있을 때까지, 평화라는 말을 존경심을 가지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는 현재에 세워지지 않는 미래는 없다고 믿습니다. 진심으로”(책 ‘스페인 마을 공동체 마리날레다, 우리는 이상한 마을에 산다’ 중에서 발췌”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최근 구도심에서 벌어지고 있는 ‘웃픈’ 사회 현상이다. 임대료가 저렴한 골목상권이나 슬럼가를 예술인들이 정착해 활성화시킨다. 지역민과 어울리는 독특한 분위기의 갤러리, 공방, 카페, 음악다방 등이 예술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이후 이들 상점이 입소문을 타고 인구가 늘어나면서 번화가로 성장한다. 그 결과 임대료가 치솟고 원주민이 끝내 마을을 떠난다.

젠트리는 신사를 뜻하는 영어 단어에서 파생되었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의 역습은 ‘신사화’가 아닌 ‘둥지 내몰림’으로 확산되고 있다. 즉 예술인들의 피와 땀으로 창조한 마을 공동체가 임대료 상승이라는 자본의 역습으로 파괴되는 것. 이른바 문화백화현상(개성 있던 동네가 좋아 찾았던 사람들이 개성이 사라지면서 떠나는 현상)의 창궐이다.

“동네가 뜨니 자본이 몰리고 표준화 된 대형 프랜차이즈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최근 3년 간 인천 중구 내 백종원 브랜드 5곳이 입점했다”

지건태 기호일보 사회부장은 발제를 통해 인천 신포동 내의 주요 예술 공동체가 사라져 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서울 성동구 사례를 소개하면서 “‘지역 공동체 상호 협력 및 지속가능발전구역 지정에 관한 조례’처럼 임대인, 임차인, 건물주, 지역전문가 등 거버넌스로 상생협약을 체결해 지방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마을 만들기에 주력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지 부장은 ▲ 거지도 존경받는 도시 뉴욕의 거리 예술가 ▲ 과거·현재·미래가 공존하는 하인라인 파크 ▲ 불어 사랑에 빠져있는 파리지엥의 행복 도시 몬트리올 ▲ 아티스트를 사랑한 도시, 주택협동조합 레자르 ▲ 건축재생 구라시키 마을 주식회사 ▲ 버려진 산업폐기물에서 예술의 섬으로 탈바꿈한 나오시마 등을 소개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에게?…안 돼!

패널 토론회에선 이른바 ‘둥지 내몰림’ 현상에 대한 전문가와 원주민들의 토로가 이어졌다. 먼저 김용구 남구사회적경제센터장은 “우리나라 도시개발은 주로 공공부문 개발 정책에 따라 이루어지므로 공공기관의 역할은 중요한 요소”라고 운을 뗐다.

그러며 “인천시는 지역개발 대한 다양한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수렴하는 뉴욕시 커뮤니티보드 사례와 예술가들을 위한 몬트리올시 사회적경제 지원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하운 함께하는 인천사람들 대표는 지역 공동체 거너번스 협의체 구성, 지역 가치 안정화, 역 젠트리피케이션 고려, 지자체의 부동산 매입 후 임시 점포 공급 등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유제홍 시의원은 젠트리피케이션을 일컬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버는 꼴’이라면서 “인천시 공무원이 오늘 토론회에도 참여하지 않은 거 보니 아직까지도 둥지 내몰림 현상에 대해 위기감 등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소회를 전했다.

유 의원은 그러며 서울시의 합리적인 정책대안을 소개하며 ▲ 지방 정부가 앵커시설 소상공인 제공 ▲ 노후 상가 및 건물 리모델링 지원 ▲ 금융지원 ▲ 부동산 전문가 등 지역 오피니언 리더와의 상생협약 ▲ 상가임차인 보호 조례 제정 ▲ 특별지구 지정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이밖에도 전순미 중구 주민(샌드앤코 운영)은 최근 젠트리피케이션을 직접 경험했다면서 “1억 이상을 투자해 2년 반 만에 으뜸 명소로 자리 잡은 대가가 고작 주인의 ‘나가라’는 한 마디”였다며 “문화예술이 번성하고 좋은 예술가가 많은 이곳 신포동에서 오래오래 장사하며 사는 게 마지막 바람”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채은영 임시공간 대표이자 마을 큐레이터는 “둥지 내몰림을 당하기도 이전에 둥지를 찾기조차 매우 어려운 게 요즘 마을의 현실”이라고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그러며 그는 “치솟는 임대료, 전월세값 폭등으로 작업실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같다. 또 어렵게 찾아내 구청에 사업 지원금을 요청하더라도 임대인에게는 차별적으로 대하는 현실과 건물주에게만 일방적으로 대주는 금융지원에 씁쓸한 마음만 갖게 된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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