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이정민 사회부장_m924914@incheonpost.com
단풍이 빨갛게 물들어가는 가을 주말. 보슬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신다. 두둑두둑 떨어지는 빗소리에 시나브로 발길을 낚시터로 재촉한다. 황금들판을 지나 계양구 굴포천 수로에 도착했다.
몇몇 강태공들이 이른 아침부터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 조금 쌀쌀한 기운임에도 그들만의 한적한 여유와 평안함을 즐긴다. 손바닥 크기부터 30센티 가량의 월척까지 다양한 붕어들이 숨을 쉬러 나와 춤을 춘다. 기자도 자리를 잡고 기다림의 미학을 배운다.
(개인적인 소견임을 전제로) 낚시는 보통 두 부류로 나뉜다. 대물을 고대하는 강태공과 세월을 낚는 낚시꾼. 짜릿한 손맛과 월척을 만났을 때 느끼는 강태공들의 쾌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다. 한편으로 자연의 고요함과 절대 고독과 마주하면서 내면의 소리를 즐기는 낚시꾼들의 평안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다.
낚시에는 경쟁이 없다. 월척을 낚는 사람이나 피라미를 낚는 사람이나 그 자체로 즐겁다. 때론 한 마리도 잡지 못해도 모든 것을 비우고 평온을 얻었으니 그걸로 족하다. 비싼 낚싯대나 대나무 낚싯대나 잡는 건 매한가지다. 비싼 떡밥 미끼나 지렁이 한 마리나 붕어 먹이로는 매한가지다. 의자나 파라솔도 가격 경쟁력은 아무 의미가 없다. 낚시는 말 그대로 공정게임이다.
때론 이런 생각을 해본다. 우리네 삶이 낚시의 그것과 같이 평온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서로 경쟁하지 않고 다름을 존중하고 상생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정치도 마찬가지다. 서로 헐뜯고 정쟁에만 매달리고 욕하고 부수고 하는 것을 멈추고 각자의 입법 능력에만 몰입하면 얼마나 좋을까. 개성과 전문성을 살려 오로지 대물(성과)을 기다리는 낚시의 미학을 배우면 어떨까 하는 잡념에 빠져본다.
옛 시절 문왕과 강태공에 관한 짧은 스토리가 전해진다. 문왕이 지나다 낚시하는 노인에게 “낚시를 즐겨 하시나 본데 많이 잡았오”라고 농을 던졌다. 그러자 노인은 “일을 함에 있어 군자는 뜻을 얻음을 즐기고, 소인은 이익을 얻음을 즐깁니다. 낚시질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며 지금 저는 고기를 낚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동문서답을 했다.
한눈에 비범한 사람임을 알아챈 문왕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지금 낚시질하는 것이 정치의 무엇과 비슷한지 말해줄 수 있소” 이에 노인은 “낚시에는 세 가지의 심오한 이치가 숨어 있다. 첫째 미끼로써 고기를 낚는 것인데 이는 녹을 주어 인재를 취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둘째는 좋은 먹이로써 더욱 큰 고기를 낚을 수 있는 법인데 이는 인재에 녹을 많이 주면 줄수록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는 충성스런 신하가 나오는 이치와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물고기는 종류에 따라 요리법이 다르듯 인재의 성품과 됨됨이에 따라 벼슬을 달리 맡기는 이치와 같 습니다”고 답했다.
노인 나이 72세에 처음 문왕을 만났고 왕은 그를 태공망(太公望)이라 칭하며 국사로 봉했다. 그가 바로 세월을 낚던 ‘강태공’이었다. 하나의 사물도 지나침 없이 관찰하고 두루 등용하며 작은 조언도 넘기지 않으면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심오한 철학이다.
저 유명한 <삼봉집>을 짓고 태조 이성계와 조선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정도전은 다음과 같이 명언을 남겼다. “천하와 국가를 다스리는 요점은 사람을 씀에 있을 따름이다” 정치권에서나, 대기업에 터져 나오는 친인척 등용, 세습경영을 두고 하는 충언이리라.
세상엔 인재가 넘쳐난다. 더욱이 청춘 인재들은 더 없이 넘쳐난다. 하지만 권력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이 정부가 청년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 청년이 서야 조국이 바로 서는 법. 대한민국이여! 이 땅의 청춘들에게 삶의 희망을 불어 넣어라. 사람만이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