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이정민 기자_m924914@incheonpost.com
[포토]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인천의 대표어항 ‘북성포구’ 갯벌
“어머님, 혹시 포구가 사라진다고 하는데 소식 들으셨어요?”
“뭔 소리여~, 북성포구를 뉘 맘대로 없애긴 없애. 항간에 어떤 기자 나부랭이가 와서 헛소리 하고 가더만…여가 뉘 땅인데 없애긴 없애. 뜬소문 퍼트리지 말고 썩 가시옷”
17일 오전 10시 30분. 인천의 대표 어항인 북성포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차를 타고 한걸음에 내달렸다. 기자는 40년을 넘게 인천에 살았지만 포구에는 한 번도 온 적이 없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여나 없어지기 전에 사진이라도 남겨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초행길이라 네비게이션을 따라 갔지만 이내 길을 잘못 들었다. 1차로 도착한 곳은 만석부두. 분명 북성포구로 찍고 향했는데 이상하게도 엉뚱한 곳에 도착했다. 이곳도 역시 처음 와보는 곳이다. 주변 건물이 무척 오래되어 보였다. 횟집과 식당을 뒤로하고 이내 쪽방촌 골목이 반긴다. 주변엔 온통 매연을 뿜어내는 공장이 가득했다.
길을 잘못 들었단 생각에 아재를 만나 길을 물었다. 알고보니 북성포구는 인천역 인근 대한제분 방향이었다. 차를 돌려 고가를 넘어 30분 만에 돌고 돌아 포구에 도착했다. 비릿한 바다 냄새가 먼저 반긴다. 포구를 향해 늘어져 있는 은행나무 도로가 울긋불긋 아름답다.
아뿔싸. 바다의 멋진 풍광을 예상하고 갔지만 썰물 때라 갯벌만 앙상하게 드러났다. 인기척이 없어 스산하고 음울한 분위기다. 외로운 갈매기를 벗 삼아 홀로 그물을 손질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그새 맘이 훈훈해진다.
잘 만들어진 산책로를 따라 사진을 찍는다. 갯벌에 물줄기, 그 앞 목재공장, 길게 뻗은 포구의 적막함을 사진에 담았다. 햇살에 반짝이는 갯벌 풍경에 눈시울이 촉촉해진다.
포구 깊숙이 들어갔다. 생선 비린내가 그윽하다. 포구는 어머니 품처럼 꽤나 넓은 품이다. 썰물에 오도 가도 못해 정박 중인 배가 쓸쓸하다. 여기저기 살림 그물들이 널브러져 있다. 사각 모양의 부표와 녹슬어 있는 커다란 닻들이 예술 작품이 되어 포구를 빛낸다.
포구 안쪽 더 깊숙이 들어갔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새우젓, 어류 말린 것, 멸치 등등 손님을 맞이하며 연신 손을 놀린다. 생선을 말리고 팔고 하면서 이곳만의 어류시장이 형성되었음을 짐작한다.
오랜 장사로 손이 헐고 이마엔 잔주름이 가득한 아버지의 얼굴이 정겹다. 무너져 내릴 듯한 허름한 포장마차 뒤로 마천루가 높게 솟아 있다. 시대는 벌써 2016년인데 북성포구는 아직도 1970년대 모습 그대로 세월을 간직하고 있다.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의 굴곡진 삶처럼 말이다.
최근 지역주민, 환경운동가, 건축가 등이 주축이 돼 ‘인천북성포구살리기시민모임’을 발족한다고 들었다. 단체에 따르면 해양수산청은 북성포구 일대 7만여㎡를 매립해 준설토투기장을 조성하기 위한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악취정비, 주거환경개선, 복합공간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은 “인천에서는 영종도, 송도, 청라 등 이미 수많은 갯벌이 준설토투기장으로 사라졌다”며 “북성포구마저 준설토투기장으로 사라진다면 인천 해안 유일의 갯벌포구마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인천역사자료관에 따르면 북성포구는 1883년 인천개항과 함께 한국근현대사의 온갖 영욕을 함께했다. 70~80년대 만석부두, 화수부두와 함께 성장한 북성포구는 1975년 연안부두 일대가 매립되고 어시장이 연안부두로 이전하면서 일시적인 쇠락의 길을 걷기도 했다.
장정구 위원장은 “이곳 포구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중구 지역 어민과 주민들, 상인들의 왕성한 생활 터전으로 ‘똥마당’이라고 불리며 지금도 인천의 자랑으로 남아있는 곳이 북성포구”라고 전했다.
북성포구는 지금도 갯골을 따라 들어오는 어선들로 인해 선상파시가 열린다. 더불어 인근 목재공장 굴뚝과 바다 뒤로 떨어지는 낙조가 아름다워 사진가들과 낚시 애호가들 사이에 익히 알려진 인천의 명소이다.
장정구 위원장은 “인천시는 ‘가치재창조’를 역점 시책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제라도 인천의 해양성을 살리고 북성포구의 가치를 되살리기 위해 매립계획을 중단하도록 조치를 취하고, ‘인천개항창조도시’에 북성포구 재생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어 장 위원장은 “행정기관의 무분별한 편의주의로부터 인천의 마지막 남은 북성포구가 지켜질 수 있도록 함께 나서달라”고 호소한 뒤 “포구는 해수청만의 것도 아니고, 어민, 상인들만의 것도 아닌 우리 인천시민 모두의 것”이라며 의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