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위클리 THE BUPYEONG WEEKLY
취재:이정민 기자_m924914@incheonpost.com
세월호 주범 유병언 사진사이트에 2015-2016년 작품 등장
세월호 참사의 주범격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온라인 사진갤러리인 ‘아해’에 2015년, 2016년 포트폴리오 작품이 올라왔다.
유병언은 세월호 사건 등으로 지난 2014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잠적해 현상 수배가 내려졌다. 그러나 그해 6월 12일 유 씨로 추정되는 사체가 순천의 매실 밭에서 백골 형태로 발견됐다.
이후 7월 25일 국과수는 “변사체가 유병언이 확실하다”는 결론을 내려 수사가 종결돼 국민적 공분을 샀다.
당시 유병언 사체 진위 논란 의혹으로 ▲ 단기간 너무 심하게 부패된 사체의 형태 ▲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반듯하게 누워있는 자세 ▲ 누군가에 의해 정리된 듯한 시신 주변의 풀 ▲ 40여일 간의 기나긴 DNA검사 과정 등이 제기됐다.
유명 사진가로 포장했던 유병언의 ‘아해’ 사이트에 2016년 작품이?
유병언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아해’라는 사진작가로 활동했다. 그가 찍은 사진만 수백만장에 이르고 미국과 유럽의 유명 갤러리는 그의 작품에 후한 점수를 줬다. 그러나 향후 유병언의 사진은 돈으로 매수하거나 박물관 후원금으로 얻은 거짓 명성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해’ 홈페이지는 지금도 살아 움직이고 있다. 마치 죽은 유병언이 산 ‘아해’를 조종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아해’ 첫 화면에는 영어로 ‘매우 심플하며, 아름답고, 완벽한’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이는 체코 프라하 국립미술관 총관장이었던 밀란 크니작의 유병언 작품에 대한 칭송이다. 밀란 크니작은 유병언의 작품을 보면서 “마법 같은 힘에 매료됐다”면서 첫 대형전시회를 주관했다.
이탈리아 피렌체 알리나리 사진역사 박물관 관장인 클라우디오 데 폴로 사이반티 박사 는 “아해는 완벽하게 실물과 대조적인 상황을 재현했다”고 감동했다. 카트린 페가로 프랑스 국립 베르사유 궁 관장은 “궁극적으로 아해의 작품엔 겸손함이 있고 자연을 바라보는 방법에 소박함이 있다”고 과찬했다.
마지막으로 앙리 루아레트 루브르 박물관장은 “아해 작품을 보며 자연과의 밀접함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며 “자연을 어떤 시각으로 보아야 하는지 배우게 된다. 참 중요한 부분”이라고 칭송했다. 앙리 관장은 특이하게도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 프랑스측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현재 ‘아해’ 콜렉션에는 2015년과 2016년 작품이 올라왔다. 자연과 숲 속에서 놀고 있는 동물들을 찍은 풍경 사진이다. 이밖에 ‘최근 갤러리’에는 “평범함 속에 비범함”이란 제목의 2013년 작품들이 전시됐다.
유병언의 자서전에서 타이태닉호 침몰 언급, 왜?
김현호 사진비평가는 <한국일보> 기고를 통해 “불과 몇 년 동안 그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일반적인 신진 작가들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전시 실적을 쌓아올리던 중이었다”며 “최고의 전시 공간, 최고의 기획자, 최고의 연구자, 최고의 전시 디자이너, 최고의 프린트 마스터까지 모두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었다”고 혹평했다.
덧붙여 그는 “유병언이 구축한 시스템은 ‘아해’가 죽은 후에도 자동으로 움직이면서 홈페이지를 업데이트하고 사진과 책을 유통할 정도로 위력적이었던 듯하다”고 일갈했다.
한편 지난 2014년 <연합뉴스>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1장 당 4만원에 불과했던 유병언 작품이 1250만원에 부풀려서 팔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유 씨 자서전 ‘영혼의 환희’ 책에는 ‘타이태닉호 침몰 사건’을 언급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영국 기선이 1400명을 태우고 가다 서서히 침몰하는데 아무리 구조신호를 보내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배 안의 통신장비는 안전한데 육지 쪽에서 아무리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리하여 배 안에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남지 않고 모두 죽었다. 훗날 식견있는 사람들은 이것이 인류 파멸의 그림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유병언 자서전 중 일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