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이정민 기자_m924914@incheonpost.com
“백성을 구원할 힘을 가진 자가 세상을 외면하는 건, 그건 죄악이다”
탄핵 시계가 빨리 돌아가고 있다. 5천만 국민은 하나로 뭉쳐 ‘박근혜 탄핵’을 외쳤고, 국회의장과 야당 의원 172명은 부름에 답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자중지란에 빠졌다. 여당 국회의원들은 촛불 민심에 전전긍긍이다.
최순실 국조특위에서 재벌총수의 민낯이 드러났다. 국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보는 앞에서도 ‘철면피,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국민을 호구나 물주로 아는 걸까. 아니면 아직도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힘을 믿고 있는 걸까.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걸 정녕 모르는 걸까.
가수 김장훈은 최근 페이스북에 드라마 <어셈블리>의 한 장면을 올렸다. 그는 “드라마 속 마지막 장면을 최소한 50번은 본 듯한데, 볼 때마다 눈물이 납니다. 이런 국회의원 언젠가는 만날 수 있겠죠”라며 “가끔 이 장면 보면 가슴 속에서 뭔가 막 솟구칩니다. <광해>에서 광해가 조정대신들 결딴내는 장면도 수십 번 봤죠. 자 힘냅시다. 거의 다 온 듯합니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한 편의 영화와 드라마 속 명대사는 정치인의 공약과 발언보다 더 깊은 울림을 줄 때가 있다. 현실 정치와 정치인들은 국민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작금 탄핵 정국과 같은 초유의 사태에서 그 울림은 더욱 커진다.
혼자 꾸는 꿈은 꿈에 불과하지만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잠언이 있다. 비록 드라마 속 꿈같은 대사일지언정 모두가 아로새기면 현실이 될 수도 있으리라. 작금 탄핵 정국에서 여당 국회의원에게 들려줄 드라마 속 명대사를 소개한다. 국민이 전하는 준엄한 메시지라 여기길 바라는 마음이다.
“저 진상필은 이 본회의가 끝나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겠습니다. 꼭 약속 지키겠습니다. 국가가 물주가 아니듯 국민도 물주가 아닙니다. 국가가 나를 절대로 버리지 않는다고! 국가가 내가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게 도움을 준다고! 그래서 내가 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에서 행복해질 수 있다고! 국민이, 국민의 의무를 다했을 때는 국가가 의무고, 국민이 권리입니다.” <어셈블리>
“우리는 불과 몇 년 전 침묵을 하면 가라앉는다는 사실을 함께 겪었습니다. 침묵은 세상을 바꾸지 못합니다. 패배를 인정하는 것도 용기입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걸 모르십니까?” <동네변호사 조들호>
“참으로 나약해 보이지만 더없이 끈질기고 강인한 존재, 그게 백성들일세.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이 그다음, 군주는 가장 가벼운 것이라 했습니다. 해서 백성의 고통이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백성을 구원할 힘을 가진 자가 세상을 외면하는 건 그건 죄악입니다.” <정도전>
“그대들이 말하는 사대의, 나에게는 사대의 예보다 내 백성들의 목숨이 백 곱절·천 곱절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 왕이라는 자리가 남을 쳐내고 얻어야만 하는 자리라면 난 왕이 되지 않겠소. 귀를 열고 듣는 게 가장 중요한 사명이다.” <광해>
“회회국(아라비아)의 경구에 이런 말이 있더군. ‘나침반의 바늘이 흔들리는 한 그 나침반은 틀리는 일이 없다’고. 흔들리는 그 눈빛을 혈육도, 나 자신도 경계하는, 지금의 그 마음을 잊지 말아라.” <성균관 스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