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이정민 기자_m924914@incheonpost.com
[제보취재] 중국 청도 지모시 ‘정품 한국관(Made in Korea)’의 명암
지난 11월 9일 한 통의 이메일을 기자는 받았다. 발신인은 중국 청도 지모시에 살고 있는 한국인 K씨다. K씨는 올해 1월 지모시에 오픈한 국제소상품신성 유통센터 내 ‘정품 한국관(Made in Korea 제품수입코너)’ 입점업주인데 인천시가 일부 약속을 어겼다며 청원서 한 장을 보냈다.
“올 1월 오픈 후 한 달 정상 영업했다. 한국관 500여개 점포 중 5% 오픈한 상태다. 그 이후론 흐지부지하다 현재는 모든 업체가 닫은 상황이다. 지모시 정부에서 방문하면 보여주기 식으로 잠시 불 밝히는 정도…입점초기 상당수가 계약을 했지만 여건이 나빠져 계약 포기 업체들이 많았다. 저희 몇 개 업체는 완납한 상태라 빼지도 못하고 있다”
무작정 청원서를 받고 보니 난감했다. 게다가 중국 현지 상황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더욱 곤혹스러웠다. 그러나 한 달 동안 추가로 5통의 메일을 주고 받으니 인천시의 투자 행보에 의심이 가는 대목이 발견됐다.
지모시 한국관 입점업주의 눈물
청원서 발신인은 이랬다. 지모시 소상품신성 한국관 업주인 윤미공예품, 금한성국제무역유한공사, 한후연무역회사, KL Global, 태양생활건강, 자연주의, JNC무역회사 등 다수라고 적혀 있었다.
주중 한국대사관에 전달한 청원 요지는 “위 업체와 같은 한국인 업주의 피해가 많아 중국 지모 정부 주관부서의 교섭을 위해 영사의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이다. (K씨는 이와 관련 40여일 지난 12월 19일 영사관에서 전화연락이 닿아 해당 총영사와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원서에 따르면 한국관은 지난 1월 오픈했다. 이후 두 달여간 반짝 영업이 지속됐다. 그러나 불과 1개월 만에 상황이 반전됐다. K씨는 “한국관 개업과 함께 입주한 우리와 같은 기존 업체들은 새 입주업체와의 계약 내용도 차등화 됐고 영업도 못하도록 내쫓기는 입장(물과 전기도 제한)이라 피해가 계속되어 왔다, 그럼에도 인천시는 관심조차 갖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K씨는 이어 “대중 경제투자와 무역교류 강화를 추진했던 인천시 경제정책과·중국협력담당과·중국정책개발과, 중국 지모 정부 상무국장 등이 입점업체의 세금 감면, 각종 혜택 등의 지원약속을 어겼다”며 청원취지를 밝혔다.
이와 관련 인천시는 2015년 9월 16일 ‘중국 지모시와 투자 및 경제무역 협력강화 협약 체결’ 홍보자료를 냈다. 시는 “중국 지모 정부는 한국 상품의 중국 총 본부로 만들고자 국제무역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보세창고 입점기업 사용료 1년 면제, 국제무역성 임대료 1년 면제, 각종 금융보조정책 등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는 이어 “지모시 국제해외본토 상품박람회에서는 인천시 관내 40개 식품제조업체가 참가해 150개 준비 품목이 조기에 완판 되기도 했으며, 이를 계기로 이번 달에 지모시 국제상품관 개관에 맞춰 16개 인천식품제조업체가 입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해 12월 14일엔 중국 지모시 장쥔 시장이 유정복 시장을 방문해 경제협력 강화 약속도 받았다. 당시 유 시장은 “다양한 인천 상품들이 지모시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주기 바란다. 인천시와 지모시간 경제무역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며 투자의지를 밝혔다.
이와 관련 K씨는 “인천의 대중국 투자라는 전시성 홍보만 가득하고 실제 입점업체들의 피해나 어려움 등은 민간투자라는 이유로 시가 행·재정적 지원을 ‘나 몰라라’로 회피했다”면서 “결국 유정복 시장의 대외적인 이미지만 올려줬던 게 아닌 가 의심스럽다. 처음부터 시에서 관여할 사안이 아니었음에도 왜 그렇게 언론홍보에 열을 올렸는지 그 배경을 조사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K씨의 청원서는 마지막으로 지난 7월 인천시의 ‘인-차이나 프로젝트’ 보고회를 언급했다. 당시 시는 ▲ 대중국 경제·관광 싱크탱크 인-차이나 포럼 출범 ▲ 인천 섬 중국도시 친구맺기 사업 ▲ 웨이하이시 인천관 개관 구체화 ▲ 청도 지모시 식품산업 상품관 오픈 ▲ 시 공동브랜드화장품 ‘어울’의 중국 시장 확대 ▲ 충칭시 보세구 인천상품 전시관 2곳 마련 등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K씨는 “한국 업체들은 중국으로 가기 전 인천시 공무원들의 전폭적인 지원 약속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그런 협조가 있었기에 사무실, 집기, 제품 생산, 인건비 등 많은 투자금이 지출됐다”면서 “그러나 개점 이후 지모시 국제백화점 상황이 나빠지니까 한국관 투자도 불투명했다. 이후 인천시 관리담당자 부서 전환, 최종 승인자 타부서 승진 등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양상으로 변질됐다”고 하소연했다.
중국 내 경제 한류 ‘한국관’의 명암
K씨 등 10여 곳의 피해업주들은 인천시가 ‘경제 한류’라는 미명하에 유정복 시장을 정치적으로 포장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인천시 공동브랜드 화장품 ‘어울’은 지모시 ‘한국관’ 간판만 걸었을 뿐 입점계약조차 한 적이 없다. 사실과 다름에도 시 경제부는 또 다른 중국 지역 내의 성공적인 진출 사례로 각 언론을 통해 유 시장의 공치사를 보고하는 수준”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참고로 ‘어울’ 화장품 관련 시는 지난 11월, 중국 충칭시와 100만 달러 수출 계약이 성사됐다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당시 박향은 경제산업국 담당자는 “‘어울’의 관리기관인 TP박윤배 원장이 직접 충칭을 방문해 충칭대외경제무역(그룹) 산하의 계열사인 ‘충칭공사’와 수출계약을 체결했으며, 계약금액은 100만 불로 빠르면 이달 말부터 선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K씨는 중국 내 한국관의 경제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오늘날 지모시·충칭·하이웨이시 등 중국 각 지역 별로 ‘한국관’ 이라고 해서 무역교류의 교두보 마련과 장밋빛 청사진을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최초 발판인 지모시 한국관처럼 제대로 오픈도 못하고 업주들이 빚더미로 내려앉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음을 헤아려 달라”고 심경을 전했다.
인천시. 지모시 백화점 사정 악화로 한국관 운영 불투명…책임은 회피
기자는 19일 인천시청 경제산업국·위생안전과·중국투자담당·인천상공회의소 등 지모시 한국관 담당자들과 수차례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먼저 인천시 공동브랜드 ‘어울’ 화장품 관련 시에 확인한 결과 K씨의 증언이 사실로 확인됐다. 시 담당자는 “확인해보니 지난 1월 지모시 한국관에 들어갔던 어울 화장품은 판매부진 등으로 이미 6개월 전에 완전 철수됐다. 총판을 맡았던 관련 민간업체도 일정부분 피해 등을 감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덧붙여 담당자는 “중국 충칭의 ‘어울’ 화장품 100만 불 수출계약 체결은 지모시 사안과 별개로 진행됐다. 즉 현지 시장조건, 소비성향, 소득수준 등에서 많은 부분이 다른 계약조건”이라며 “이전에 입점했던 지모시 한국관의 경우 제품 브랜드 홍보를 위한 이벤트 차원에서 진출했던 것이다. 반면 충칭은 신시장 개척 차원에서 해당 정부가 주도적으로 수출계약 성사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모시 한국관 등 경제 한류 효과와 관련해서 인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작년 9월 인천시에서 저희 기관 쪽에 ‘무역 상담회’를 의뢰해 한국 입점업체와 중국 바이어 간 소통창구역할만 했을 뿐 향후 경제효과나 사후 입점업체 대책 등은 시가 전적으로 맡아 추진했던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인천시 투자협력관 담당자도 “지모시 한국관 관련 부서는 식품업체 담당부서인 위생안전과에서 총괄하고 우리 부서는 올 11월에 새로 입점한 웨이하이시 인천관 업체 관리만 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기자는 다시 지모시 한국관 내 미추홀식품관(160평 규모)을 담당한 위생안전과 담당자에게 전화로 문의했다. 그는 “애초부터 민간업체가 주도로 자발적 분양을 통해 입점한 것이다. 이후 해당 백화점 상황이 나빠져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담당자는 덧붙여 “지난 8월 현지 조사를 통해 지모시 정부측에 한국관 내 식품관 입점 점포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라고 주문을 하고 왔다. 하지만 이후 상황의 개선이 없고 백화점 1, 2층 등 일부만 운영되다보니 상대 정부에서도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 식품관은 철수하지 않고 운영되고 있다. 향후 행정지원 등의 노력을 통해 지모시 정부와 다시 논의하는 방안을 고려해보겠다”고 전했다.
기자는 마지막으로 지모시 투자 전체를 총괄했던 투자유치단 중국협력담당관에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실제 담당했던 B씨는 다른 부서로 옮긴 상태였다. K씨가 토로했던 담당자 부서 이동이 사실로 확인됐다.
최근 부서로 발령받은 신임 담당자는 “지모시 관련된 사안에 관해 인수인계도 없었고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 “우리 부서는 중국과의 협약 체결 등에 관한 사안만 다루고 있어 현지 업체들의 사정 등은 구체적으로 전해 듣지 못했다”며 당혹해했다.
기자는 신임 담당자에게 청원서 등 관련 서류 일체와 업체 민원 내용을 정리해서 메일로 발송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난 20일 현재 메일조차 읽지 않은 상태다.
한편 한국관은 지모시 인민정부가 총 2700억 원을 투자해 건설한 현대식 복합유통센터다. 센터 내에는 약 2만㎡의 한국관(KOSIUM)이 조성돼 있고 그 중 531.3㎡가 미추홀식품관이라는 명칭으로 운영된다. 당시 인천시는 “식품관에는 인천지역 식품제조업체 15개소가 입점해 46개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관 당시 시 담당자는 “현재는 케이팝·문화콘텐츠·드라마 열풍을 타고 중국 웨이하이·충칭 등의 바이어들이 지모시 미추홀식품관을 방문해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중국시장 내 수출확장을 위한 교두보·안테나숍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