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이정민 기자_m924914@incheonpost.com
국방부가 ‘키맨’, 2차 세월호특조위 책임 커져
네티즌 수사대 자로의 ‘세월X’ 동영상이 공개됐다. <JTBC>는 자로를 단독 인터뷰, 취재 속풀이를 풀어냈다. 결과적으로 자로는 세월호 침몰에 외력의 힘이 가해졌음을 밝혀냈다.
자로에 따르면 당시 세월호는 J자 변곡 지점에서 수상한 물체와 충돌하는 모습이 진도VTS 레이더 영상에 잡혔다. 정부측 전문가는 이 물체가 컨테이너박스로 추정했다. 하지만 자로는 레이더 상 면적으로 볼 때 잠수함에 가까운 물체임을 주장했다. 이 잠수함 추정물체가 세월호 좌현 밑바닥과 충돌해서 침몰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자로의 앞선 주장은 당시 세월호 조타수 등 승객들의 증언과도 일치한다. ‘쿵’, ‘쾅’ 할 정도의 엄청난 소음과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단원고 교사 K씨의 ‘배 밖으로 튀어나갈 정도’의 상황이 입증해준다. 단지 컨테이너나 고박 불량의 화물끼리의 충돌로는 그런 상황이 연출될 수 없다는 게 자로의 주장이다.
또 있다. 2014년 영국 <BBC>세월호 침몰 뉴스관련 부분에서 잠수함이 언급됐다. 원문은 “Coast Guard says Sewol ferry was out of its normal routine….Even the divers from the submarines were unsuccessful entering the ferry`s cabins”이다.
번역하면 “해안 경비대에 의하면 세월호는 평상 항로를 벗어났다…심지어 잠수함에서 나온 다이버들조차 세월호 선실에 들어가는데 성공하지 못했다”라는 기사다.
자로의 이런 주장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브리핑 당시 정부와 국방부 발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부는 과적, 고박불량, 급변침 등의 이유로 배가 갑자기 기울어지면서 침몰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당시 잠수함 충돌 등 외력에 의한 침몰은 유언비어에 불과할 뿐이라고 일축했다.
정부·국방부·일부 정부측 전문가들은 자로의 주장이 허무맹랑한 소설에 불과하다고 깎아 내렸다. 그러나 국민들은 자로의 주장에 더해 김관묵 이화여대 나노과학부 교수의 분석에 주목하고 있다.
김 교수는 2년 간 세월호 레이더 궤적을 추적하다 이 괴물체(잠수함 추정)를 발견하게 된 것. 김 교수는 “세월호 6분의 1크기의 괴물체가 스스로 동력을 발생해 움직였다. 그리고 갑자기 사라졌다. 당시 사고 해역은 잠수함이 자주 오가는 지점이었다”고 설명했다.
국회의원 보좌관 G씨도 “해경 소속 3명이 의원실에 찾아와 녹음파일을 하나 들려주었다. 그런데 미군측 교신 내용이 담겨 있어 ‘이게 혹시 잠수함에서 나온 소리 아니냐’라고 묻자 미군 부대에서 ‘그건 아니지만 비공개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이 곳은 한시적으로 잠수함이 다니는 길목은 맞다’라고 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자로의 ‘세월X’의 진실은 이제 국방부가 그 답의 열쇠를 갖고 있는 양상이다. 자로는 “KNTDS(해군전술자료처리체계)의 해군3함대 레이더 영상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로 이 레이더 속 괴물체의 진실이 밝혀지면 세월호 참사의 결정적 증거가 밝혀지는 것이다.
천안함의 데자뷔?…과학적 증명, 결정적 증거 그리고 잠수함 충돌
앞서 자로의 ‘세월X’를 보면 금방 떠올리는 사건이 있다. 바로 천안함 폭침 사건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근처에서 초계함 PCC-772이 피격돼 침몰됐다. 해군 장병 40명이 사망했고 6명이 실종됐다.
당시 이명박 정부와 국방부는 북한군 어뢰에 의한 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됐다고 최종 발표했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은 과학적으로 설명하기에 결정적 증거들이 부족했다는 게 전문 과학자들의 반박이었다.
세월호와 천안함의 평행이론은 바로 ‘증거과학’이다. 두 사건에 똑같이 잠수함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등장하지만 정부와 군은 ‘유언비하’로 무시하면서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바로 여기서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천안함 민군합동조사위원이었던 신상철씨는 최종 법정 진술에서 “이스라엘 잠수함과의 충돌설”을 제기했다. 신 씨는 당사 한준호 준위도 이스라엘 잠수함 소속 군인 구출 작업 중 사망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신 씨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KBS> 기사를 언급했다.
지난 2010년 4월 7일 <KBS>를 통해 방영된 3분 38초짜리 영상인 ‘한주호 준위, 다른 곳에서 숨졌다’라는 칼럼 기사가 그것이다. 신 대표는 이 기사를 통해 당시 특종보도를 했던 황현택 기자를 언급하며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가리는 중요한 탐사취재였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보도된 영상의 내용으로는 ▲ UDT 동지회 회원들이 함수, 함미 유실 부분이 아닌 제3의 부표(용트림바위 근처) 아래에서 작업한 사실 ▲ 제3의 부표 아래 길이 60여m의 물체가 존재한 사실 ▲ 4월 3일 용트림 전망대에서 한주호 준위 추모식을 했던 사실 등이었다.
이에 대해 신 대표는 “‘제3의 부표’와 관련한 KBS 9시 뉴스 보도는 천안함 사건 전체를 통틀어 가장 기자정신이 빛났던 취재”였다고 극찬했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KBS 경영진들은 국방부의 횡포 앞에 비굴하게 굴복했으며 참으로 유능한 후배 기자들을 방통위 소환대에 서게 하고 지방으로 전출시키는 불이익을 주었다”고 분노한 바 있다.
신상철 전 조사위원은 당시 김태영 국방장관을 증거의 인멸과 직무상 과실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법원에 고발했다. 사유로는 ▷좌초로 인해 나타난 함미 좌현 하부의 스크래치(긁힘 현상)에 대한 증거 인멸 ▷함미, 함수 유실 및 발견 과정에서 48시간을 허비함으로써 생존가능성이 높은 장병들을 도의적으로 익사하게 한 중대한 과실 ▷천안함 스크류 손상과 관련한 허위 분석에 대한 책임 등에 관한 내용이다.
신 전 조사위원은 이명박 정부의 책임도 지적했다. 그는 천안함의 움직임과 관련해 중요한 기초 정보인 항로·침로·속도·엔진기동상황 등을 철저히 비밀에 부쳐 최초 원인규명을 어렵게 한 점과, KNTDS(=해군전술지휘통제시스템) 및 TOD(=열열상장비) 동영상 자료 등 중요한 디지털 정보에 대해 여러 차례 존재를 부인했다가 공개한 점 등을 들었다.
신 전 위원은 “2010년 3월 26일 21시 22분 천안함은 외부 충격으로 인하여 절단된 후 함미는 즉각 침몰하였으나 함수는 상당시간 떠 있다가 가라앉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후 함미와 함수를 찾지 못하여 48시간이라는 아까운 시간을 허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생존가능성이 높은 시간을 거의 소진해 버리는 중대한 과실을 범하였던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세월호 침몰과 천안함 침몰의 잠수함 평행이론, 과연 그 진실의 문은 언제 열릴 수 있을까.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과학적 증명과 결정적 증거로 진실 규명을 해야 하는 이유다.
“손 바닥으로 가린다고 진실이 영원히 가려지지는 않는다. 지금 이 시간에도 사건과 관련되었던 많은 목격자들이 가슴앓이를 하며 애를 태우고 있을 것이다. 군과 정부는 더 이상 거짓에 의한 진실 왜곡을 그만 두고 모든 정보를 공개하여 철저한 사실관계를 발표해야한다. 그것만이 억울하게 죽어 간 우리 젊은 희생 장병을 위한 마지막 예우가 아닐까 싶다.”(신상철 전 조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