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성화 기자
부평역사박물관이 ‘산곡동 영단주택’으로 불린 일제강점기 노동자 주택의 학술조사를 마치고 ‘산곡동 87번지, 부평 영단주택’ 학술총서 Ⅰ,Ⅱ권을 발간했다.
부평역사박물관은 지난 2014년 개관 이래 첫 지역조사 사업으로 산곡동 영단주택을 선정하고, 학술총서 ‘산곡동 노동자 주택’을 출간한 바 있다.
최근 산곡동 영단주택이 도시 재개발 사업으로 전면 철거가 예고됨에 따라 지난 2014년 조사의 미흡했던 부분을 보완하고, 철거 전후의 현상을 기록하고자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재조사를 실시했다.
영단주택은 1941년 7월 1일에 설립된 조선주택영단이 ‘노무자, 기타 서민 주택의 공급’을 목적으로 건설한 노동자 주택을 말한다. 조선주택영단은 경성, 청진, 인천, 평양, 부산 등에 1천 호 이상의 영단주택을 건립했으며, 인천은 부평 산곡동 87번지에 집중됐다.
산곡동 영단주택은 건설 주체가 두 곳으로 나뉜다. 경인기업주식회사가 1941년부터 1943년까지 한옥식 주택 704호와 합숙소, 식당, 공동 목욕탕 등을 건설했고, 1943년 말 조선주택영단이 경인기업주식회사 소유의 주택지와 주택을 인수한 후 1944년에 추가로 일본식 주택 216호를 건설했다.
주민들은 경인기업주식회사가 건립한 주택을 ‘구사택’, 조선주택영단이 건립한 주택을 ‘신사택’이라고 구분해 부른다.
산곡동 영단주택은 그동안 일제강점기 부평의 군수 기지화와 밀접하게 관련돼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1941년 5월 개창한 인천육군조병창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에게 임대용 주택을 공급할 목적으로 건설됐기 때문에,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생활상 파악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 산곡동 영단주택은 인천육군조병창에 근무하는 노동자가 가족 단위로 주택을 임대해 거주하는 형태로 알려졌는데, 이번 조사를 통해 혈혈단신으로 인천육군조병창에 근무하던 노동자들이 집단 기숙했던 합숙소가 현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학계 최초로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학술총서는 철거를 앞둔 산곡동 영단주택을 기억하고자 하는 부평역사박물관의 기록이다. 학술총서는 Ⅰ권 학술편(역사, 건축, 실측, 민속), Ⅱ권 자료편(구술, 에세이, 사진)으로 구성됐다.
역사 분야에서는 손민환 부평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가 산곡동 영단주택의 조성과 변화를 조사하고 학계에 알려지지 않았던 합숙소를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고, 건축 분야에서는 도미이 마사노리 전 한양대학교 건축학과 교수가 동아시아 4개국의 주택영단을 종합적으로 살피고 조선주택영단에서 건립한 대표적인 3개 단지를 분석했다.
실측 분야에서는 ㈜옹노만어가 이번 조사를 통해 발굴한 합숙소의 현황 조사와 실측 작업을 진행하고, 오석근 작가가 현황 사진을 촬영했다.
민속 분야에서는 정연학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이 산곡동 영단주택 주민의 생활 문화, 재개발에 대한 주민의 생각 등을 정리했으며, 구술 분야에서는 김정아 부평역사박물관 총괄팀장이 마을에 사는 보통 사람들 5명의 이야기를 글로 엮었다.
에세이 분야에서는 유광식 작가가 관찰자의 시선으로 동네 곳곳을 사진과 글로 표현하고, 사진 분야에서는 홍승훈 씨스튜디오 대표가 마을 전경과 주택, 상가 등을 렌즈에 담았다.
학술조사를 기획하고 학술총서 편찬을 담당한 손민환 부평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이번 조사를 통해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되지 않았던 인천육군조병창 노동자 합숙소를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내년 상반기에 이번 학술조사의 성과를 공유하는 학술대회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학술총서는 인천시 공공도서관 및 유관기관에 배포할 예정이며, 부평역사박물관 누리집(https://portal.icbp.go.kr/bphm/)에서 전자 파일 형태로 제공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