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장열 편집인
무라카미 하루끼가 장편소설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街とその不確かな壁)을 출간했다.
하루키가 6년 만에 발표한 이번 장편은 1980년 한 문예지에 발표한 동명의 중편 소설을 전면적으로 고쳐 쓴 것이다.
하루끼는 “‘해변의 카프카’를 쓰기 전인 2000년부터 쓰고 싶은 것을 쓸 수 있게 됐다고 느꼈고, 코로나 영향으로 제 내면과 마주할 때가 많았다”며 “슬슬 다시 한번 작품을 고쳐 써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서랍에서 (그것을) 꺼냈다”고 했다.
이번 신작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1980년 발표된 중편의 내용에 해당하는 부분. 17세의 ‘나’는 도서관에서 일하는 소녀와 교제한다. 그로부터 높은 벽에 둘러싸인 거리의 이야기를 듣는다. 2부는 40세가 된 ‘나’의 이야기. 소녀가 사라진 이후 ‘나’는 인간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한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후쿠시마현의 작은 도서관에서 일한다. 3부는 그 이후의 이야기다.
하루키는 작품의 주요 소재인 ‘벽’에 대해 “벽이 무엇인지 나 자신도 그 의미를 생각하며 썼다”며 “벽을 넘어가는 것, 세계의 다른 쪽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것은 아주 중요한 과정이다. 벽은 그 안쪽에 누가 있냐에 따라 다양한 의미와 의도를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거기에 핵무기 문제도 다시 표면화됐어요. ‘세계화’가 흔들리고 있는 시대입니다. 그런 시대에 벽 안에 틀어박힐 것인가, 아니면 벽을 넘어갈 것인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루키는 “제 책의 독자들은 결코 전쟁을 환영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소중하게 읽어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