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성화 기자
대한민국 말러 신드롬의 주인공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다시금 말러를 꺼내든다.
2020년 <대지의 노래>를 무대에 올린 뒤 3년 만이다. 그동안 꾸준하게 말러 레퍼토리를 연주한 부천필이었으나 새로운 콘서트홀의 개관을 기다리며 아껴온 비기를 내놓은 것이다. 그야말로 말러의 ‘부활’이다. 장윤성 상임지휘자는 취임 당시부터 “파이프 오르간이 들어서는 부천아트센터가 개관하면 그곳에서 말러 ‘부활’의 연주를 선보이고 싶다”고 공언한 바를 이룰 수 있게 되었다.
말러의 교향곡 제2번 ‘부활’은 대편성 관현악과 성악 독창, 혼성 합창이 장대하게 어우러진 한 편의 대서사시이다. 교향곡 제1번 ‘거인’의 장송행진곡으로 시작되는 제2번은 마지막 부활의 합창까지 90분간 달리며 거대한 드라마를 만든다.
이 작품은 말러가 교향곡으로서는 처음 성공을 거둔 것이자, 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영적이며 드라마적으로 뛰어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1악장은 말러가 교향시로 발표했다가 교향곡 제2번으로 다시 가져온 <장례식>이다. 말러는 교향곡 제1번에서의 거인, 영웅의 장례식을 기점으로 그의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그토록 거대하던 존재였던 영웅 또한 언젠가 죽음을 맞이한다. 자칫 허무주의로 빠질 수 있는 지점에서 말러는 죽은 영웅의 과거 아름다웠던 기억을 회상한다. 2악장은 1악장의 장송행진곡과 대비되어 더욱 찬란하고 즐겁다.
이어지는 3악장에서는 현실의 부조리를 그리듯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고 인생에 대한 회의와 혼란이 냉소적인 선율을 통해 암시되지만, 4악장에서 성악가의 독창 “나는 신에게서 왔으니 신에게로 돌아가리라”가 등장하며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에도 그 한편에 희망이 존재함을 가사를 통해 피력한다.
5악장은 이때까지의 모든 순간을 되짚으며 침통함과 흥겨움이 뒤섞인 불협화음의 절정으로 다다른다. 말러가 ‘절망의 울부짖음’이라 표현한 대목이다. 트럼펫이 팡파르를 울리며 최후의 심판을 예고하듯 ‘분노의 날’ 성가를 모티브로 한 절규가 천지를 뒤엎는다. 그러다 한순간 침묵에 휩싸이고, 나이팅게일의 노래가 들려오며 천사들의 합창이 부활의 찬가를 부른다.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의 2중창, 그리고 합창과 오르간이 더해지며 환희에 찬 소리로 영생을 암시한다. 마지막은 장대하고 웅장한 관현악이 압도적인 대미를 장식한다.
부천필이 선보일 이 대작에는 소프라노 서선영, 메조소프라노 김정미, 부천시립합창단, 수원시립합창단, 고양시립합창단이 함께한다. 이름만 나열해도 걸출한 출연진이다.
소프라노 서선영은 비냐스 국제 성악 콩쿠르, 마리아 칼라스 그랑프리 국제 콩쿠르,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등 명성 있는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석권하며 실력을 인정받고 독일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주 최고의 소프라노로 선정된 아티스트이다. 런던 바비칸홀, 빈 콘체르트하우스, 뉴욕 카네기홀, 스위스 바젤 국립극장 등 세계적으로 저명한 무대에 오르며 오페라 주역과 솔리스트로 활약 중이다.
메조소프라노 김정미는 알카모 국제 성악 콩쿠르 1위, 제네바 국제 음악 콩쿠르 2위 등 다수의 국제 콩쿠르에서 수상하고 탁월한 연기력으로 오페라 무대에서 왕성한 활동 중이다. <세비야의 이발사>, <나비부인>, <카르멘> 출연을 비롯하여 여성 가수가 남성 역할을 맡는 ‘바지역(trouser role)’으로 <피가로의 결혼> 케루비노 역,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오르페오 역, <로미오와 줄리엣> 스페타노 역을 훌륭히 소화하며 주목받았다.
아울러 이번 공연은 부천필의 말러, 부천아트센터의 파이프 오르간, 부천시 승격 50주년이라는 3박자가 맞아떨어지는 빅 이벤트로,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하여 많은 클래식 팬들의 기대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제306회 정기연주회 – 부천시 승격 50주년 기념 <말러, 부활>은 2023년 7월 28일(금) 오후 7시 30분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말러 스페셜리스트 부천필의 귀환을 오감으로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