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장열 편집인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국가안보상의 우려를 이유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 사건 관련 특정 기밀문건의 공개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달 30일(현지 시간) 바이든 행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한을 발표했다고 에포크타임는 보도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를 주축으로 큰 반발이 일고 있다. 앞서 케네디 주니어는 암살 사건에 미 중앙정보국(CIA)이 관여했으며 자신 또한 CIA로부터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내년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 경선에 뛰어들면서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겨루게 된 케네디 주니어는 행정부의 발표 뒤인 이달 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행정부가 암살 사건을 은폐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암살은 60년 전의 일이다. 대체 어떤 국가안보 기밀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무엇을 숨기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여론의 관심이 쏠리는 것을 막고자 의도적으로 지난달 30일을 골라 이 같은 결정을 발표했다면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실제 지난달 30일은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을 앞두고 있던 주말로, 이날은 미국에서 1년 중 가장 대표적인 공휴일이다.
그뿐만 아니다. 케네디 주니어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연기 결정은 지난 1992년 제정된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기록수집법’을 불법적으로 위반했다. 암살기록수집법은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 관련 문건 공개 시한을 2017년 10월 26일로 규정했다. 바꿔 말하면 2017년 10월 이후에는 미국 정부가 보유한 모든 기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미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 관련 문건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보관한다. 트럼프 전임 행정부를 포함,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 기록 공개 시한은 이미 여러 차례 연장됐다.
미국 대통령은 기밀문건에 담긴 내용이 정보 당국과 사법기관, 외교·안보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 직권으로 기밀 해제를 보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 관련 기록을 공개하라는 압박이 거세지면서, 지난해 말 바이든 대통령은 나머지 문건 공개를 승인한다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 지난달 30일 백악관은 “기록의 99% 이상이 공개됐다”면서도 문서기록관리청 측이 ‘특정 수정·편집된 정보’의 공개를 연기할 것을 권고했다고 설명, 정보 당국과 사법기관, 외교·안보정책에 미칠 부정적 영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해명했다.
보류된 기록의 향후 공개 여부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미 국가기밀문서해제센터(NDC)가 수립한 ‘투명성 계획’ 정책과 일치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투명성 계획은 정보 당국과 사법기관, 외교·안보정책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방지하는 동시에 대중이 최대한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케네디 주니어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부터 케네디 전 대통령이 미국 정부에 의해 살해됐다는 주장을 더 강력히 피력하는 모양새다.
케네디 주니어는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 진상조사위원회(워렌위원회) 위원 중 앨런 덜레스 전 CIA 국장이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덜레스 전 국장은 케네디 전 대통령으로 인해 해고된 인물로, 암살 사건 6년 후인 1969년에 사망했다. 죽을 때까지 덜레스 전 국장은 암살 관여 의혹을 부인했으며 CIA 또한 암살 개입 의혹을 적극 부인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덜레스 전 국장이 위원회에서 자신의 지위를 이용, CIA가 암살에 개입했다는 증거를 은폐했다고 보고 있다.
1979년 미 하원 특별조사위원회는 최소 두 명의 총격범과 공모자가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에 연루됐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암살 혐의로 기소된 사람은 미 해병대 출신인 리 하비 오즈월드 한 사람뿐이었다.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한 오즈월드는 암살 사건 며칠 뒤 재판을 받기 위해 이동하던 중에 갑자기 나타난 잭 루비라는 사람에게 살해당했다.
나이트클럽 사장인 루비는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항소심에서 승소한 후 다음 재판을 기다리던 중 감옥에서 폐암으로 1967년 사망했다.
이에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케네디 전 대통령처럼 정보기관의 표적이 되는 것과 관련, 안전이 걱정되지는 않느냐”는 질문을 받은 케네디 주니어는 “조심해야 한다”며 “예방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