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열의 발바닥 단편소설] “지금은 2012년 8월 9일 오후 8시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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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2동 514번지 B 주소지에 전화번호는 68-0126. 제조년월일: 84.1. 가격표시가 있는 않은 공책 뒷 표지다.

나는 2012년 8월 9일 오전 9시. 정확하게 20분 13초에 이 공책을 발견했다. 제조년월일 ‘84’에 먼저 눈이 간다. 1984년이라. 84년도에 생산된 공책이다 그 시절에 공책이 책(冊)인지 몰랐다. 공책이 필요해 공책을 구입한 것 밖이다. 공책의 단어의 뜻을 오늘 오전 10시 무렵 알게 됐다. 오늘 10시 이전에는 내가 사용하는 단어를 속에는 공책은 사라졌고, 알려고 하지 않았던 단어였다.

나는 공책을 어디에서 빼냈는지 생각했다. 도무지 이 공책이 내 손에 오기까지 어디에 있었는지 종잡을 수 없다.

‘그게 뭐 중요한 것도 아닌데. 쓸데 없는 데에 에너지를 쏟나?’

나는 공책을 열어 제쳤다. 시간표가 보였다. 1교시에서 10교시까지. 교과목, 강의실, 교수명. 나는 생각했다. 내가 이 공책을 어디에서 구입했지. 아니 언제 구입했지. 도무지 알 길 없었고, 알 필요도 없었다.

최루탄 알갱이들이 눈 속으로 박혀 있는 와중에 들렸던 학교 앞 문구점에서 그 다양하게 전시된 필기구를 넋을 놓고 한참 동안 보았던 대학 신입생 때 촌스러운 내 모습이 짤막하게 지나갔다.

다음 장을 넘겼다. 샤프로 쓴 영어 단어가 나왔다. Concentric. 도대체 내 공책에 누가 영어단어를 썼지. 내 필체가 분명 아니다. 내가 알 수 없는 사람이 쓴 글씨체다. 어떻게 내 공책에 필기를 한 것 일까.

‘뭐 중요한 문제도 아닌데. 쓸데 없는데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영어 단어 끝에는 utterly(완전히)가 놓여 적혀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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