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더포스트앤드쿠리어’ 공공서비스 부문 수상
▲ 하루 8만여부… 90년 역사
가정폭력 참상 심층보도
주정부 부실 대응 밝혀내
“지난 10년 동안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300명이 넘는 여성이 자신이 사랑한 남성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숨진 병사들보다 많은 수다.”
지난해 8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시의 지역신문 ‘더포스트앤드쿠리어(The Post and Courier)’는 이렇게 시작하는 탐사보도를 통해 가정폭력의 참상을 생생하게 알렸다. 직원 80여명, 하루 발행부수 8만5000부 등 규모는 작지만 90년의 역사를 이어온 이 신문사는 탐사보도로 지역사회를 흔든 데 이어 20일 언론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퓰리처상까지 수상했다.
뉴욕 컬럼비아 언론대학원 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이날 퓰리처상 공공서비스 부문 수상작으로 더포스트앤드쿠리어의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Till Death Do Us Part)’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공공서비스 부문은 퓰리처상 중 가장 영예로운 상으로 인정받는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는 원래 성공회 기도서 중 결혼에 대한 구절에 등장하는 표현이다.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이 표현은 역설적으로 가정폭력의 기사 제목으로 인용됐다. 이 보도는 100여명의 가정폭력 피해자와 생존자, 수사기관, 병원 관계자, 공무원 등을 심층취재해 남편이나 애인이 아내와 여자친구에게 가하는 잔인한 폭력의 실상을 고발했다. 가정폭력이 도시와 농촌, 직업과 인종에 상관없이 널리 퍼져 있고, 이런 상황이 통계로도 기록됐지만 주정부가 무기력하게 대응했다는 점도 밝혀냈다. 2013년 9월부터 소규모 팀을 꾸리고 1년여의 취재 끝에 지난해 8월 5회에 걸쳐 기사를 연재했다.
더포스트앤드쿠리어의 발행인 P J 브라우닝은 시상식장에서 “일생일대의 성취이자 영광”이라며 “힘든 취재과정을 견디고 중요한 문제를 세상에 알린 취재진의 노력이 컸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탐사보도 부문상은 지난해 연방정부를 대상으로 한 로비스트들의 로비 실태를 보도한 뉴욕타임스와 노인의료보험제도 ‘메디케어’의 문제점을 분석한 월스트리트저널이 공동 수상했다. 뉴욕타임스는 에볼라 참사 보도로 일반사진 부문과 국제 부문까지 수상해 3관왕에 올랐다. 속보 부문은 지난해 3월 시애틀에서 일어난 대규모 산사태를 보도한 시애틀타임스가 수상했다. 속보 부문 사진상은 미주리주의 퍼거슨 사태를 보도한 세인트루이스포스트디스패치가 차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세금문제를 심층보도해 창사 후 처음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2015>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