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컷]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by 편집부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 논

아사달과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漢拏)에서 백두(白頭)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시집 『52인 시집』, 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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