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현 기자
서울대 의대가 교육부의 의대생 동맹휴학 승인 불가 지침과 반대로 휴학 승인을 해 교육부 감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다른 국립대 의대들도 의대생 휴학신청 승인과 관련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백승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서울대를 제외한 9개 국립대 의대생 휴학처리 현황>에 따르면, 2024년 휴학 신청자(1, 2학기 전체) 4,647명 중 322명(6.9%)만이 휴학승인 처리되었고, 나머지 4,325명(93.1%)이 휴학보류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별 휴학보류 학생 수는 전북대 735명(89.5%), 부산대 672명(98.5%), 전남대 650명(92.3%), 충남대 623명(95.3%), 경북대 490명(90.9%), 경상국립대 420명(91.9%), 충북대 275명(91.4%), 강원대 256명(91.8%), 제주대 204명(97.1%)이었다.
휴학신청이 승인된 경우는 군휴학이나 질병휴학이 대부분이며, 다른 사립 의대들도 이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휴학신청이 미승인되었을 것이라 추정된다.
9개 국립대 의대에 휴학신청 승인 계획을 확인한 결과, 교육부 동맹휴학 승인불가 지침과 서울대 감사로 인한 논란으로 학생들의 휴학신청 승인을 보류하거나 이에 대한 판단을 꺼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북대는 “교육부에서 동맹휴학은 휴학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으므로 허가하지 않도록 하고, 학생들의 조속한 수업복귀를 위한 적극적인 지도와 학사관리를 당부하는 지침을 보낸 바, 본교는 의대생의 일반휴학을 허가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고, 제주대도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동맹휴학에 대해서는 불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상국립대와 충남대, 충북대는 교육부 학사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학사운영할 것이라 밝혔으며, 전남대도 교육부 방침에 따라 휴학 승인은 보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대 또한 동맹휴학 승인 불가 입장인 교육부의 지침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학생들이 계속 수업 참여를 하지 않으면 대규모 유급 사태가 발생하는 등 휴학 승인이 학생들에게는 유리한 결정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부산대도 “상황이 변경되어 휴학승인이 가능할 경우, 학생 개별적으로 휴학 의사 재확인, 복학 후 수업 환경 등에 대한 안내 후 휴학 처리할 예정”이라 답했고, 전북대도 “대규모 휴학으로 인한 향후 의대생의 교육여건 악화를 우려”한다고 밝혔다. 각 대학들도 의대생들의 휴학신청 승인 보류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교육부의 눈치를 보느라 휴학신청 승인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의대 교수단체들은 교육부의 보복성 감사와 강압적 통보에 대해 “대통령실과 교육부의 휴학 승인 거부 지시는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를 훼손하는 반헌법적 행정지도”라며 “대학 총장들은 의대생의 휴학신청을 즉시 승인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백승아 의원은 “의대 정원 확대 졸속추진에 따른 의료대란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며 “대학에 대한 폭압적인 감사만이 능사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어 백 의원은 “전문의 사직 지연 손해배상 청구처럼 휴학 거부에 따른 소송으로 행·재정적 손실이 우려된다”며 “교육부가 대통령실 눈치 보기에 급급하지 말고 근본적인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