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현동 화재 참사 25주기 추모식 열려

최광석 기자

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 25주기를 맞아 30일 중구 학생교육문화회관 내 위령비 앞마당에서 희생자 추모식이 조촐하게 거행됐다. 앞서 이날 오전 유족 20여명은 어렵게 마련한 배편으로, 참사 당시 희생자들의 유골을 뿌렸던 팔미도 앞바다 11번 부표에서 헌화하고 고인들의 넋을 달래고 돌아왔다.

본격 추모식은 헌화와 묵념, 추모사, 추모 시 낭독, 추모 공연, 유족 대표의 회고사 순으로 1시간 남짓 진행됐다. 도성훈 인천교육감은 추모사에서 “어른들의 이기심과 태만이 너무 많은 꿈과 희망을 앗아갔다”며 “아픈 기억을 교훈 삼아 안심할 수 있는 배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과 유정복 인천시장이 헌화 후 묵념 하고 있다.

이어 연단에 선 유정복 인천시장은 “인현동 화재 참사는 불법과 탈법, 공권력의 부패가 결합한 부끄럽고도 참담한 우리의 민낯이었다”며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인천시장이 지난날의 참사를 외면하는 것이 맞는지에 스스로 답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 이 자리에 서기까지 25년이 걸렸다. 역대 인천시장을 대신해 죄송하고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인천시장이 인현동 참사 추모제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원 학생희생자 유족회장은 “그동안 인천시는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일에 손을 놓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도 학생이기 이전에 인천시민이었다”며 “다시는 이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인천시가 나서서 추모하고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추모식이 유족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학생과 시민들이 모두 함께 추모하고 기억하는 교육의 장으로 꾸준히 이어 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추모식을 마친 후 추모객들은 회관 2층 전시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역 시민사회와 예술인들이 마련한 추모 전시, (우리는 잊지 않으므로) ‘결코 작별하지 않는다’가 열리고 있다. 설치작가 이탈이 꾸민 작품, 56개 백열전구 앞에 희생자들의 이름을 쓴 투명한 위패가 놓였다. 알전구의 불빛이 하나둘씩 점멸하다가 한순간 모두 켜지면서 하나의 빛으로 완성된다. 무용가 박혜경은 어린 영령들 앞에서 ‘목 놓아 울다 울다가 짓물러버린 어미의 가슴’을 처연한 몸짓으로 표현했다.

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는 1999년 10월 30일 불법 영업 중이던 중구 인현동 소재 상가 건물에서 발생했다. 당시 화재로 57명이 숨지고 80여명이 다쳤다. 숨진 희생자는 성인 1명을 제외하고 모두 10대 중·고교생이었다. 이후 참사 피해자들은 사회 일각의 모욕과 혐오 등 곱지 않은 시선과도 마주해야 했다.

추모식이 열린 학생교육문화회관 건립 계획은 인현동 화재 참사 이듬해 잡혔다. 2004년 청소년들에게 문화 및 여가 공간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참사 현장 인근 옛 축현초등학교 터에 세워졌다. 이어 희생자 위령비가 자리했고, 이듬해 희생자들의 추모석이 섰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해부터 학생교육문화회관에 유가족 추모 공간인 ‘1999 인현동 기억저장소’를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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