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석 기자
연극의 무대는 어느 극장의 분장실. 화장대에 앉아 분장을 하고 있는 배우A와 배우B. 안톤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에서 니나 역을 맡은 배우C가 막간을 이용해 분장실로 들어와 독백을 연습하고 무대로 돌아간다. 과거 프롬프터를 비롯해 단역만 맡았던 A와 B는 자신들이 공연했던 여러 작품의 배역을 가지고 때론 진지하게, 때론 장난치듯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중 C의 프롬프터를 맡았던 배우D가 병원에서 퇴원해 분장실을 찾아온다. D는 막 ‘갈매기’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C에게 ‘니나’역을 돌려달라고 생떼를 쓴다. 비록 나이는 들었지만 여배우로서의 자리를 지키고자 안간힘 썼던 C에게 D의 노골적인 압박은 혼란 그 자체로 다가왔고, 결국 둘의 대립은 끝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프롬프터(prompter)의 사전적 의미는 ‘객석이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대에 등장한 배우에게 대사나 동작을 일러주는 사람’이다. 최근 들어 일부 연극에서 간혹 의도적으로 쓰이곤 한다. 오늘날에는 방송이나 연설, 강연에서 카메라나 모니터 등으로 대본의 내용을 매끄럽게 알려주는 기계를 말한다.
작품의 원작자인 시미즈 쿠니오(淸水邦夫, 1936~2021)는 일본연극을 대표하는 극작가 겸 연출가다. 그는 주로 인간 존재의 근원적 문제나 현대사회의 모순을 다룬다. 과거의 기억, 환상 등 다양한 소재들을 현재와 결합해 독특한 극적 형식을 통해 새로운 연극적 가능성을 모색했다. 현대 일본연극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와 함께 역대 누적 공연 횟수 또한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연출을 맡은 임진철 씨는 “인하대 연극반 시절 스스로의 가능성에 질문을 던져가며 배우를 꿈꾸던 이들이 있었다. 졸업 후 대부분 그렇듯 직장에 들어가 나름 치열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연극을 잊고 산 지 짧게는 2년, 길게는 30년 된 이들이 있다”며 “이들이 무대에 서고 싶은 열망은 극단 창단으로 이어졌고, 일견 이번 연극의 주제와도 그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아직 서툰 첫걸음이지만 우리다운 연극을 향해 뚜벅뚜벅 나아갈 것”이라고 다짐을 전했다.
이번 연극의 총괄기획을 맡은 박병철 씨는 “생소하겠지만 ‘띠앗’은 ‘형제, 자매 사이에 서로 사랑하고 위하는 마음’이란 뜻의 순우리말이다. 거기에 연극을 뜻하는 ‘theat’을 하나로 엮어 향후 우리의 나아갈 바를 정해봤다“며 “달뜬 열정 하나로 덤벼든, 더없이 무모해 보이는 이들의 도전을 애틋한 관심과 매서운 비평의 눈으로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연극 ‘분장실’은 ‘쓸쓸한 배우들을 위한 동화’란 부제를 달고, 11월 21일(목)부터 24일(일)까지 나흘간 이어진다. 8인의 배우가 2개 팀으로 나뉘어 더블캐스팅으로 진행한다. 팀별 개성들의 조화를 눈여겨보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평일 저녁 7시 30분, 주말 오후 2시와 5시에 ‘문학시어터’에서 펼쳐진다. 입장료는 감동후불제로 관람 후 만족한 만큼 자율적으로 지불하면 된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문학시어터(032-433-3777)에 문의 또는 네이버블로그(https://blog.naver.com/theatcompany)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