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갑진년 세밑에

최광석 편집장

2024년이 저물고 있다.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지고 있다. 올 초 청룡의 푸른 기운이 가득할 한 해를 기대하며 우리 모두 달뜬 출발을 했다. 하지만 웬걸 승천은커녕 한낱 이무기로 주저앉아 꼬리를 내린 형국이다.

연초부터 파탄 나기 시작한 민생은 도탄에 빠졌다. 국내 경제 또한 바닥 모를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원 달러 환율도 1,500원을 넘보며 그 높이를 가늠할 수 없다. 모두 탄핵정국이 몰고 온 불안에서 기인한 사태들이다.

세밑을 맞아 국민은 경제 붕괴에 떨며 어느덧 한 해 끝자락에 섰다. 불안감은 쉬이 가시질 않는다. 민생을 보살펴야 할 국회가 실종됐다는 지적은 차고도 넘쳐난다. 경제회복을 위해 지금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하는 시간이다.

뜬금없는 계엄포고와 해제, 국회의 탄핵소추로 대통령에 이어 국무총리가 탄핵되었다. 권한을 이어받은 경제부총리 최상목 대행도 시민단체의 고발로 검찰총장과 함께 입건됐다는 소식마저 들려온다.

30일 공수처와 경찰 등으로 꾸려진 공조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서울서부지법에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씌워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독단과 불통으로 일관한 국정 운영으로, 기어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거기에 더해 권력욕에 빠져 주야장천 오로지 정쟁만을 일삼은 야당인사들 또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국정 공백 상태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주항공의 무안공항 참사가 일어났다. 동체착륙을 시도한 여객기가 활주로 너머 옹벽을 들이받으며 폭발해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산화했다.

정부는 무안군을 국가재난지역으로 선포, 내년 1월 4일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했다. 서둘러 사태를 수습하고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더불어 애먼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유가족에 대한 위로 및 지원이 급선무다.

정부가 해야할 일은 헌정 질서뿐 아니라 사회적 질서의 회복이다. 누군가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고 했던가. 평범한 일상의 회복만이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리 위대한 국민은 각자 맡은 바 일을 묵묵히 해낼 따름이다.

새벽 먼동이 터오면 푸른 뱀의 지혜를 모아 성찰의 시간을 가져 보자. 물론 지금은 애도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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