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의 제왕’ 데이빗 린치 감독 별세

최광석 기자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유족들은 페이스북에 부고를 내고 데이빗 린치 감독의 별세 소식을 전했다. 향년 78세.

유족들은 “이제 그가 세상에 없어 커다란 공허함을 느낀다. 린치가 더 이상 우리와 함께하지 않음으로서 세상에 큰 구멍이 생겼다”면서 “하지만 린치라면 ‘도넛의 구멍 말고 도넛을 보라’고 말했을 것이다. 오늘은 황금빛 햇살과 파란 하늘로 가득 찬 아름다운 날”이라고 전했다.

사인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2020년 오랜 흡연으로 인한 만성 폐질환인 폐기종 진단을 받았고, 린치 감독 스스로 “머리에 비닐봉지를 쓰고 걷는 것 같다. 더 이상 감독 생활을 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팬데믹이 창궐한 이후에는 줄곧 자택에서 칩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핀란드계 미국인인 데이빗 린치 감독은 1946년 미국 몬태나주에서 미 농무부 연구원의 아들로 태어났다. 펜실베이니아 미술 아카데미 등에서 미술을 공부했고, 영화 경력은 단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면서 시작했다. 1966년 단편영화 ‘6명의 아픈 사람들’로 데뷔했다.

이후 첫 장편 ‘이레이저 헤드’(1977)를 시작으로, 1980년 개봉한 두 번째 장편 영화 ‘엘리펀트 맨’(Elephant Man)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 8개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초현실적인 분위기와 미스터리, 심리적 공포를 끌어내는 연출에 일가견이 있다.

‘듄’(1984), ‘블루 벨벳’(1986), ‘로스트 하이웨이’(1997), ‘인랜드 엠파이어’(2006) 등 특유의 상상력을 담은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오스카상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던 린치 감독은 그간 3번의 감독상 노미네이트 등 오스카상 4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1990년대 안방극장으로 건너간 뒤엔 ABC TV시리즈 ‘트윈 픽스’를 기획, 연출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 TV 드라마 부문 작품상 수상작인 ‘트윈 픽스’는 1992년 극장판으로도 개봉했으며, 2017년 시즌3격인 ‘트윈 픽스 리턴’을 공개하기도 했다.

영화사상 가장 독창적인 감독 중 하나로 평가받는 린치 감독은 전통적인 영화 문법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았다. 난해하고 실험적이며 전위적인 작품 세계로 ‘린치적’(Lynchian)이란 표현을 만들어냈다. 마니아층의 팬덤을 이끌며, 세계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린치 감독은 영화 극본을 쓰고 연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림과 만화를 그리기도 했다. 무대 디자인을 하고, 말년에는 가구도 만들었을 정도로 다방면으로 예술적 재능을 뽐냈다. 이밖에 작곡과 노래 부르기를 즐겨했고, ‘인랜드 엠파이어’(2006)에선 자신이 작곡한 노래를 부르는 가수로 직접 출연했다.

린치 감독은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공고히 하면서도 대중의 지지까지 받은 몇 안 되는 예술가였다. 마지막 작품은 2020년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흑백영화 ‘잭은 무슨 짓을 했는가?’이다. 2006년 베네치아영화제에서 평생공로상, 2019년 미국 아카데미에서 공로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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