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 love, not war!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정유천(부평올스타빅밴드 단장)

 

바야흐로 삼라만상이 기지개를 켜고 온갖 꽃들이 만발하는 봄이 왔다. 문득 이즈음이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스콧 맥킨지(Scott Mckenzie)가 1967년에 발표한 ‘San Francisco(Be sure to wear some flowers)’라는 노래다.

첫 가사 ‘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 be sure to wear some flowers in your hair.’, 직역하자면 ‘만약 샌프란시스코에 간다면 꼭 머리에 꽃을 꽂으세요.’라는 뜻이다. 당시 미국 젊은이들은 경제적 풍요로움은 누릴 수 있었지만 급속한 산업화 속에서 거대한 사회구조의 한낱 부속품으로 전락하는 것에 대항,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과 낙천적인 사상 그리고 자유로움의 상징인 히피문화에 매료되어 있었다.

히피문화는 자유, 평화, 사랑, 환경 보호, 반전 등의 가치를 강조하며 사회적, 문화적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형성하였다. 당시 그들을 이끌던 비트제너레이션 시인 앨런 긴즈버그는 1965년 반전평화운동을 ‘플라워 파워(Flower Power)’라 칭하였다.

특히 이러한 운동은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일어났으며, 플라워 파워를 수용하는 히피들은 긴 머리에 컬러풀하며 편안한 옷을 입고 LSD, 마리화나와 대마초를 피우며 사회에서 외면당한 가치들을 대체하려 했다. 이들은 머리에 꽃을 꽂고 거리를 다니며 사람들에게 꽃을 나눠주는 행위를 하였는데 이를 ‘플라워 무브먼트(Flower Movement)’라 일컬으며 그 시대 젊은이들을 대표하는 문화가 되었다.

그리고 스콧 맥킨지의 노래 ‘San Francisco’는 히피들의 상징적인 음악, 반전평화를 상징하는 노래로 자리 잡았다. 이후 샌프란시스코는 모두가 살고 싶어 하는 꿈의 도시 ‘California Dreamin’이 되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캘리포니아 주 북부에 있는 도시로 정식명칭은 ‘City And County Of San Francisco’이다.)

1980년대 들어서며 히피문화는 서서히 쇠퇴하고 지금의 샌프란시스코는 IT에 특화된 첨단과학 도시로 불리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와 인접 도시에는 우버, 트위터, 구글, 애플, 페이스북, 인텔과 AMD, 엔비디아, 넷플릭스 등이 있다. 또 BMW와 벤츠, 테슬라, 포드, GM 등의 자동차 연구소가 있다.

그리고 삼성과 SK하이닉스, 화웨이, 후지쯔, 노키아와 같은 비 미국계 글로벌 기업도 이곳 실리콘밸리에 지사를 두고 있다. 이렇게 샌프란시스코가 IT산업의 메카가 된 데에는 기후와 지리적인 이점 그리고 UC버클리와 캘리포니아 공대, UCLA 등의 인재풀이 이유일 수도 있지만 자유로움과 창의적인 생각 그리고 반문화(반체제 문화)정신인 히피즘(Hippieism)이 아직도 도시 깊숙이 남아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례로 애플의 창립자인 스티브 잡스 또한 히피문화에 심취했던 걸로 유명하며 지금도 미국 네바다 주에 있는 블랙록 사막에서는 매년 버닝맨 페스티벌(Burning Man Festival)이 열리는데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에릭 슈미트 등 혁신가들과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엔지니어 등 수 만 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텐트 안에서 먹고 자면서 자급자족한다.

허허벌판 사막에 창조적인 조형물을 세우고 마지막 이틀간은 사막 위 지어진 거대한 사람 모양의 구조물을 포함한 모든 창작물을 불태운다. 500만평에 달하는 사막에 일시적으로 도시를 만들었다가 일주일 만에 다 태우고 다시 사막으로 돌려놓는 것이다. 물질적 소유나 상업적 가치에서 벗어나 인간의 본질인 자유, 창의성, 공동체 정신, 환경 보호, 그리고 개인적인 성장을 중시하는 철학이 담긴 축제로 히피즘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2025년, 지금 샌프란시스코는 늘어나는 노숙자와 범죄, 마약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점점 퇴색해가는 꿈의 도시 샌프란시스코에 다시금 평화, 사랑, 자유, 공동체 정신과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히피문화가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세상은 러우전쟁, 가자지구 전쟁 뿐 아니라 미얀마, 소말리아, 시리아, 수단 등은 내전 중이며 여러 나라가 분쟁에 휩싸여 있다. 이제 다시 머리에 꽃을 꽂고 히피들의 상징적인 문구를 외칠 때가 온 것 같다.

“Make love, not 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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