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4월은 잔인한 달이 될 것인가

정유천(부평올스타빅밴드 단장)

4월은 봄이라는 희망의 계절임에도 언제부턴가 잔인한 달이라 부르고 있다. 원래 이 말은 T. S 엘리엇(Thomas Stearns Eliot, 1888~1965)이 1922년 발표한 그의 대표작 ‘황무지(The Waste Land)’라는 장시의 한 구절이다. 그는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났지만, 영국에서 활동하며 ‘황무지’를 발표하였다. 434줄 시의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된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우며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 주었다.

이 시를 발표할 당시는 제1차 세계대전(1914년~1918년)이 끝난 직후로 유럽은 대부분의 나라가 전쟁 비용 조달로 경제파탄에 빠졌으며 국민은 이로 인한 기아와 빈곤 그리고 우울함과 정서적인 황폐화가 만연하게 된다. 그 시절 엘리엇이 말한 황무지는 바로 전후(戰後)의 이런 모습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사실 우리 역사에서도 4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할 수 있다. 4.19혁명과 제주도 4.3사건 그리고 근래에 있었던 세월호 참사(4.16) 등은 우리 모두 잊기 힘든 슬픈 기억과 고통의 사건들이었다. 4월이 단순히 슬픈 기억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그 아픔을 기억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다시금 우리는 역사의 기로(岐路)에 서있다.

과거의 비극이 단순한 기억으로만 남는다면, 우리는 또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할 위험에 처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앞두고 나라가 혼란스럽다. 국론은 분열되고 정치판은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헌재 결정 이후 또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태도를 가질 것인지 심히 우려되는 바이다.

또다시 잔인한 4월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좀 더 현명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는 역사의 중요한 순간에 서있으며 슬기롭게 이 난국을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감정적 분노와 대립적 갈등을 가라앉히고, 극단적 선택이 아닌 냉철한 성찰로 더욱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민주적 절차 존중, 사회적 갈등 최소화와 사회적 연대와 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역사는 항상 선택의 순간을 우리에게 던진다. 과연 우리는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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