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석 기자
노벨상 강연과 미발표 시·산문 등 수록
소설 차기작은 ‘겨울 3부작’의 마지막 작품
한강이 온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첫 책이다. 이번엔 서랍 속 쟁여두었던 글들을 엮은 산문집으로 노벨상 수상 강연 제목을 딴 ‘빛과 실’. 2~3년 전부터 기획됐으나, 그사이 노벨상 수상이 겹치며 내용이 더욱 풍부해진 셈이다.
국내 주요 인터넷 서점들은 17일 “한강 작가의 신작이 2025년 4월 독자 여러분을 찾아간다”며 작가의 신간을 예고했다. 교보문고는 “살아있는 한 희망을 상상하는 일, 그 오래고 깊은 사랑에 대한 한강의 기록들”이란 수사와 함께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포함 미발표 시와 산문, 정원 일기 수록”이라고 소개했다.
이달 24일부터 서점 매대에 놓일 예정인 이번 신간은 그간 발표되었으나 단행본으로 묶이지 않은 글과 미발표 원고까지 10여 편이 엮인 것으로 전해진다. 시와 산문의 경계를 넘나들거나 작가의 일상 속 내밀하고 나직한 고백을 전하는 일기 형식 등으로, 문학과지성사의 산문 시리즈 ‘문지 에크리’의 9번째 작품이다.
최근 산문으로 한강을 만날 기회가 드물었다. 산문집은 미 아이오와대 창작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을 엮은 ‘그해, 내게 머문 순간들의 크로키’(2003), 이 책의 개정판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2009), 음악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2007) 등 세 권이다. 그러나 모두 절판되었다. 주요 작을 수록한 ‘디 에센셜 한강’ 뒤에 8편의 산문이 실렸는데, 이 역시 재수록이다.
문학·출판계에 따르면 당초 소설이 한강 작가의 노벨상 이후 첫 발표작이 될 것으로 예상해 왔다. 그 이유로는 2021년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이후 써온 그러나 아직 “완성하지 못하고 있는” 소설, 그 소설 이후 전작 ‘흰’과 “형식적으로 연결되는 소설” 정도가 작가 스스로 예고한 다음 작품의 얼개였기 때문이다.
이번 산문집 출간으로 책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이른바 ‘한강 효과’가 다시 이어질지 또한 귀추가 주목된다. 노벨상 수상 이후 한강의 책 누적 판매 부수는 300만부 안팎으로 출판계는 추정한다. 작년 10월 이후부터 이달까지 예스24와 교보문고, 알라딘 등에서만 약 270만부가 팔렸다. 이는 전자책을 제외한 집계다.
한편 저자의 뜻에 따라 책 홍보는 최소화하는 분위기다. 출판사와 서점 등 업계 관계자들은 출간 막바지까지 조용히 물밑 작업을 진행해왔다. 한강 작가 스스로도 ‘책을 통해서만 말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출간 이후 별도의 간담회나 독자와의 만남 등 행사도 열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작별하지 않는다’의 영문판 출간에 즈음한 영국 일간 가디언과 가진 인터뷰 외 이렇다 할 대외 활동이 없었다. 지난달 25일 “훼손되지 말아야 할 생명, 자유, 평화의 가치를 믿습니다. 파면은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일입니다”라며 동료 문인 414명과 함께 ‘윤석열 파면’을 헌재에 촉구하는 작가 성명에 동참한 게 전부다.
이번 산문집 다음으로는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신작 소설 출간이 예정돼 있다. 정확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한강의 차기작은 ‘겨울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이르면 연내 출간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황순원문학상을 받은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과 2018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작별’ 두 단편소설과 연결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