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이장열 편집인
인천 남동구에 2017년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마샘’이 최근 어수선하다.
2019년 8월 1일 마샘을 2년 이상 이끌어 온 이재필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서 7월 2일날 직위해제되었다는 소식을 올리면서다.
마샘 이재필 대표은 페이스북에서 참담한 심정을 담은 긴 글을 올렸다. 전문을 올려 놓는다.
“협동조합 마중물문화광장 조합원님들께, 그리고 마샘을 사랑하셨던 분들께
사유도 사전에 제출되지 않았던 지난 7월 2일자 긴급 이사회에서 조합의 상임이사 겸 복합문화서점 마샘의 경영총괄직을 직위해제 당한 이재필 입니다. 비록 동의하지 않는 이사회의 결정으로 타의에 의해서 마샘을 떠나지만, 끝까지 책임을 다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동안 이곳 조합원(준조합원) 밴드방에서 조합원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침묵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말씀드리기에 앞서 몇 가지 우려에 대해서 밝히고자 합니다.
1. 현재 조합원 밴드의 논의 초점은 조합원의 알 권리에 대한 정보의 공개냐 비공개냐로만 설정되어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저는 현재의 협동조합의 문제해결 방식이 그토록 지양해왔던 사람보다 돈 중심의 자본주의적 해결 방식과 무엇이 다른가 하는 문제제기가 없음에 놀라고 있습니다.
2. 어느 조합원의 말씀처럼 사석에서 진행된 무수한 말과 뒷담화를 통하여 저의 직위해제에 대한 본질적인 이유가 따로 있다고 서로 공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사실은 전해 듣기도 했고, 직접 듣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억지로 만들어진 직위해제 사유에 대해서 절차와 내용에 있어서 부당하다는 문제제기가 되지 않는 사실에 놀라고 있습니다.
3. 저를 직위해제한 긴급이사회가 조합원 총회의 결정과 승인을 위배한 사실을 밝힐 수 있는 2019년 3월 30일의 정기총회 의사록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의도되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집단적인 망각에 또한 놀라고 있습니다.
처음 조합원 밴드방에 문제제기가 되었을 때, 조합원들의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는데 방해가 될까봐 저의 의견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저의 의견을 밝히는 순간, 저를 직위해제하기 위하여 사전에 계획하고, 조직한 분들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면서 문제가 왜곡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저의 바람일 뿐이었나 봅니다.
저는 이미 긴급 이사회에서 마중물과 마샘에 대한 마지막 애정을 담아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통하여 공개적이고 대중적으로 비판하겠다고 말씀드렸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마지막 애정이라는 표현을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것은 마중물과 마샘이라는 허울뿐인 이름에 대한 애정이 아니라 함께 나누고자 했던 정신과 의미에 대한 애정입니다.
그리고 함께 일했던 동료들에 대한 애정과 미안함을 담아서, 우리가 헛되이 일하지 않았다는 마지막 자존감으로 이미 너덜너덜해진 저의 자존심 같은 것은 집어던지고, 최선을 다해서 비판하고자 합니다.
저의 직위해제 후, 저는 동료들에게 자신들의 권리와 권익을 위해서 노동조합을 결성해서 남아서 일하라고 간절하게 부탁했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위선과 기만에 속아가며 웃음을 파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하는 동료들이 그동안 겪었을 아픔을 저는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그냥 이 과정을 피하고만 싶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얼마나 이사회가 폭력적이었는지, 자신들을 무시해 왔는지 알겠다는 동료들에 대해서는 거듭 미안할 뿐입니다. 저와 마샘 근무 동료들에게 뜻을 함께 나누는 동지라고 하면서도, 철저하게 사용자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결정해온 이사회의 위선과 기만에 분노합니다.
2018년 2월 3일 정기총회 이후 계속해서 소집을 요청했음에도 일 년 동안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이사회(서로의 개인 일정 때문에 바쁘다는 이유로 이사회가 개최되지 않아서, 주로 현재의 사단법인 마중믈 이사장 그리고 사무처장과 의견을 나누었습니다)가 올해 2월 22일에 처음으로 있었습니다. 이미 2018년 연말에 논의했어야할 마샘 근무자들에 대한 연봉 조정에 대해서 어느 한 이사가 했던 말씀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해서, 마샘 근무자 전체가 함께 논의를 한, 전체 직원의 연봉을 동결한 안을 마샘의 경영 총괄 대표인 제가 제출하고 승인받고자 했습니다. 이익을 낸 파트의 팀장 1명과 전체 총괄팀장 1명에 대해서만 약 5% 인상안이었고, 전체적으로는 2018년 대비 약 1.5% 인상안이었습니다. (2018년 대비 2019년 최저임금 인상율은 10.9%였고, 오픈부터 함께한 동료의 연봉은 여전히 최저임금인 상태의 전체 연봉 인상안이었습니다.) 적자를 내면서 직원 월급으로 조합비를 파먹느냐면서 저의 면을 세워주기 위해서 어렵지만 인상안을 받아들이겠다는 한 이사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가 2018년 적자 폭이 약 5천만 원으로 예상되는데, 인건비에 해당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동료들의 노동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저의 면을 세워준다는 발언이 저에게는 더 모욕적이었습니다. 동료들을 철저하게 무시한 발언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긴급이사회가 내린 저의 직위해제 사유에 대해서 어느 하나도 동의한 적이 없음을 분명하게 밝힙니다. 긴급이사회의 내용, 이사회와 직원 간담회의 내용 등은 녹취 파일을 보관하고 있으니, 잘못된 이야기는 함부로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직접 보지도, 경험하지도 않은 이야기에 대해서 말을 만들어 퍼뜨리는 일들도 삼가 하시기 바랍니다. 그 부분들도 녹취 파일을 가지고 있고, 필요하다면 공개하고 조치하려고 합니다.
지금 어쩔수 없는 몇가지 이유 때문에 다른 길을 가게되지만, 자진해서 사의를 표한 것으로 하면 이사회가 없었던 것으로 하겠다는 이사장님의 문자에 답했던 저의 답 문자로 끝을 맺겠습니다. 그리고 한번에 담기에는 너무 많은 내용이라 몇 차례에 걸쳐서 저의 입장을 밝히겠습니다.
“이사장님!
지금의 제가 어떻게 이사장님의 말을 신뢰할 수 있을까요? 차라리 어쩔 수 없는 몇 가지 이유를 솔직하게 이야기 하고 용퇴를 요구하는데 제가 응하지 않았을까요? 몸도 마음도 너무 많이 너덜너덜 해졌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한사람에 대한 인격살인을 진행해 오셔놓고 이제 와서 저의 명예를 이야기 하시다뇨?”
저의 직위해제 문제를 협동조합 내 갈등과 싸움이라고 표현하는데 도저히 동의가 안됩니다. 일방적으로, 순식간에, 폭력적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갈등 관계라는 표현을 쓰시는게 맞는지요? 싸움이라뇨? 이미 철저하게 계획하고, 조직하신 분들과 무모한 싸움을 할만큼 어리석지 않습니다. 진흙탕이 되어 더러워질텐데 피하는게 상책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계획을 할 힘도, 여유도 없습니다. 갈기갈기 찢겨져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져 썩어 문드러져, 더 이상 잃어버릴 자존심도 없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마지막 한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은 지키고 싶기에, 비판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남동구에 복합문화공간 컨셉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 선물로 받아들여진 ‘마샘’을 처음부터 이끌어 온 이재필 대표가 긴급이사회에서 직위해제된 뒤, 함께 근무해 온 대부분의 직원들도 직위해제가 부당하다며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7월 31일자로 2년 여 동인 생사고락을 하게하면 지역에 마르지 않는 복합문화공간을 선사해 온 ‘마샘’이라는 문화 우물에 물을 퍼 온 사람들이 절차적으로도 그렇고 협동조합으로서 ‘마샘’이 갖추어야 할 민주적인 경영 원칙에도 맞지 않는 긴급 이사회를 통해서 직위해제시켰다. 특히 직위해제 사유에도 들어가갈 수 없는 내용들로 마샘을 최전선에서 이끌어 온 리더를 내치게 된다는 것이 너무나 이상스럽다.
마샘 이재필 전 대표는 페이스북 말미에 “마지막 한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은 지키고 싶기에, 비판을 멈추지 않겠습니다”라고 글을 맺었다, 향후 복합문화공간 마샘, 문화 우물로서 역할을 지역사회에 다해 온 가치와 명성이 한순간에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어렵게 만들어지고 유지해 온 소중한 남동의 문화복합공간이 사라지지 않을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
아래는 7월 31일 마샘 퇴사자들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정들었던 마샘을 떠나며, 조합원과 고객님들께 드립니다.
시민교육과 사회정책을 위한 사단법인 마중물이 제안하여, 지역주민과 함께 만든 협동조합 마중물문화광장이 운영하는 복합문화서점 마샘에서 2017년 9월 오픈 시부터 함께 일해왔던 운영 대표를 비롯한 전체 직원은 이제 정들었던 공간을 떠납니다.
그동안 열정을 다하여 헌신했던 마샘 총괄 경영 대표를 마녀사냥으로 몰아서 협동조합 운영 과정에서 생겨난 문제를 책임 전가시켜 직위해제 시키는 협동조합 답지 않은 부당한 처사에 우리는 동의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협동조합으로 운영하는 마샘에서 근무하며, 부족한 근무 환경과 조건에도 불구하고 설립 디딤돌인 마중물과 마샘을 자랑스러워 했습니다.
본인들이 이야기해온 가치와 철학에도 어울리지 않는 일을 버젓이 진행하며, 함께 일해온 근무자들을 한낱 기계의 부속품처럼 취급하는 행동과 결정을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마샘을 사랑해주고 애용해주신 고객님들의 따뜻한 눈빛과 미소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매일 반갑게 인사하던 고객님들께 작별의 인사도 제대로 드리지 못하고 헤어져 아쉽습니다. 그동안 마샘과 저희 근무자들을 사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희는 비록 떠나지만 마샘이 초심을 잃지않고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커뮤니티 센터로서 거듭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여러사람의 힘과 뜻, 의지, 그리고 돈을 모아서 만들고 운영해온 마샘은 조합원 뿐만아니라 마샘을 사랑해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고객님들도 주인입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마음껏 책을 읽으면서 즐거워하던 동네 꼬마 친구들도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바랍니다. 멋진 추억으로 마샘이 기억될 수 있도록 영원하기를 바랍니다.
2019년 7월 31일 마샘 퇴사자 일동